6월에는 펩아트 행사를 열었다. 폐기도서가 많이 나와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발견한 행사다. 버리는 책을 이리저리 반복해서 한없이 접다 보면 항아리도 되고, 나무도 되고, 다이아몬드도 된다.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도서관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만들기 행사 앞에서는 화색이 도는 법. 행사 홍보 포스터를 붙이고, 도서위원들이 샘플을 만들어 교실마다 들고 다니자 금세 소문이 퍼져서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몰려왔다. 얼굴이 낯선 아이들의 방문이 제일 반갑다.
나는 벌써 127 페이지하고 있어~ 빠르지~?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아니~ 이렇게 반대로 접어야 해~ 큰 세모, 작은 세모, 다시 큰 세모, 작은 세모.....
난 완성되면 여기 전시할 거야
오~ 난 가져가서 엄마한테 자랑할 거야
이거 끝나면 트리도 만들어 봐야겠다~
그런데 이 책 그림이 참 예쁜네~
좀 재미있을 것 같은데? 이 책은 접지 말고 한번 읽어보고 싶다~
선생님 이 책 그냥 읽으면 안돼요?
와우~! 당연히 되지!
음... 이거 재미있다 그지~
나는 원래 만들기 같은 거 좋아해~
어제 영어시험 어땠어?
학원에 시험 치러 갈 때는 좀 무서웠는데 막상 쳐보니까 재미있더라고!
어? 나도 그랬는데~! 신기하지?
너는 무슨 학원 다녀?
손으로 단순반복을 하는 동안 재잘재잘 수다가 도서관을 가득 메웠다.
어.. 점심시간 얼마나 남았지?
14분 남았다!
이제 일어나야 하나?
아니야 5분 전에만 출발하면 돼
야~ 뛰어가면 1분이면 충분해! 의외로 가까워~
오~ 도서관이 가까워서 좋네! 그러면 좀 더 만들다 가자.
여기 재미있다. 여기 꼭 카페 같아~
여기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아.
우리 내일 점심시간에도 여기서 만날래?
급식 먹고 바로 오면 엄청 가까워~!
도서관이 가까이 있으니까 좋네~
여기는 본관과 떨어진 별관. 그것도 가장 꼭대기 4층 제일 안쪽 끝에 위치한 도서관이다. 본관 1층 동편 끝 교실에서 별관 4층 서편 끝에 도서관까지 오려면 전속력으로 질주해도 5분은 걸릴 테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별관 4층까지 오려면 수많은 계단을 밟아야 도착한다. 그래도 도서관 방문을 포기하지 않고 와 준 녀석들이 기특하다. 심지어 가깝다고 자기 암시를 하고 있다. 도서관이 너무 멀어서 못 온다던 프로 불편러들의 거리측정 개념이 수정되고 있는 마법 같은 현장의 실시간 목소리들을 옮겨 보았다.
도서관은 접근성이 생명이다. 크나큰 의지가 없어도, 대단히 계획적으로 시간을 배분하지 않아도, 오다가다 무시로 들러 그저 쓱 읽다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학교도서관의 현실은 정 반대의 경우가 허다하다. 학급을 배치하고 남는 교실 중에서도 제일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에 위치하기 일쑤다. 공공도서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 좀 자랑한다 싶은 도서관은 대부분 그렇게 공기가 좋다. 도시 외곽에 산을 끼고 있거나 교통 불편한 산중턱 어디쯤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서들이 이 사실을 쉽게 인정하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용자가 오지 않는 도서관은 무용한 곳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떡하나? 저렇게 마법을 거는 수밖에.
도서관 좋지? 재미있지? 올 만하지? 막상 와보니 가깝지? 자주와~... 수리수리 마하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