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 엄마

ㅣ 봉사해도 될까요?

by 느닷

학생은 천명 안팎인데 사서는 1명뿐이니... 도서관은 늘 일손이 부족해서 학부모 봉사자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다행히 기꺼이 봉사해 주는 분들이 늘 나타나 주신다. 어느 해는 신청자가 너무 많아 추첨으로 봉사자를 뽑았었다. 우정이 엄마는 그 해에도 봉사자 신청을 하셨었고, 추첨결과 봉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셨다. 올해로 5년째 봉사를 이어오고 있는 고마운 분이다. 그런데 봉사신청을 하실 때마다 되려 미안해하셨다.


"샘~ 빠릿빠릿하고 젊은 엄마들이 들어와야 도움이 될 긴데, 잘 하도 몬하는 제가 들어가서 괜찮겠습니꺼~"

우정이 엄마는 우정이 또래 엄마들보다 나이가 좀 많으시다. 대출반납은 컴퓨터 키보드와 바코드 리더기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녀는 키보드에 익숙지 않다. 침침한 눈으로 책등의 자잘한 청구기호를 보는 것도 쉽지 않으시다. 가끔 학생들이 요청하는 도서검색을 잘 못해서 당황하기도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가 최고의 봉사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우정이 엄마는 한번 본 아이들은 절대 잊지 않으신다. 어쩌면 동네 아이들 이름을 죄다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다정히 인사 건네는 목소리에 진심이 배어 있다. 실내화 없이 다니는 아이를 발견하면 기어이 실내화를 구해다 신겨주신다. 급식을 먹자마자 뛰어 들어오는 꼬맹이들 옷이며 턱에 붙어있는 밥풀을 떼어내주는 것도 그녀다. 비 오는 날에는 우산을 살뜰히 챙겨봐 주고, 바람 부는 날에는 추위를 정성스레 걱정해 준다.


그녀가 도서관 입구에서 아이들을 맞이할 때면 빙그레~ 살아나서 재잘재잘대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 들어온나~ 춥제~? 반납해주까~?"

그녀는 내가 아는 중에 제일 보드라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다. 폭신폭신한 손길로 도서관에 들어오고 나가는 아이들의 상태를 체크하고 챙겨봐 준다. 찐 엄마의 눈으로! 대출반납과 도서정리를 부탁드린 봉사자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기에 더욱 감사했다.


물론 봉사자 없이 자체 인력만으로 잘 굴러가는 도서관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1 학교 2 사서를 주장하는 선생님도 계시지만 1 학교 1 사서 배치율도 40%가 채 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사서가 한명이라 너무 바쁘다는 투정따위는 사치이다. 그래서 봉사자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하다.


사서 초임시절 나는 우정이 엄마를 유심히 보고 열심히 따라 했다. 뽀얀 메밀꽃밭처럼 포근한 그녀의 다정함을. 초짜 사서와 우정이 엄마는 매년 조금씩 같이 성장했고, 소심쟁이였던 우정이도 늠름하게 함께 성장했다. 이제는 새로운 봉사자에게 봉사 업무에 대해 알려주는 그녀의 모습에서 예전에 없던 자신감도 발견한다.


그 자신감은 우정이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게 분명하다. 우정이의 목소리가 또랑또랑해졌다. 봉사라는 것은 늘 기대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준다. 우정이는 내년에 졸업을 한다. 마지막 일 년. 올 해는 그녀의 다정함을 더 많이 배워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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