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평상심 유지장치
에바알머슨의 작품을 좋아한다. 발그레한 볼을 하고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 위로 화려한 꽃이 캔버스 끝까지 펼쳐져 있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밝아진다. 주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에바알머슨의 그림은 화려한 꽃머리와 미소가 포인트다. 가늘고 붉은 입술이 살며시 웃고 있는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축 처진 마음에 쫙쫙 다림질이 되는 듯 힘이 난다. 빨강, 노랑, 군청, 자주, 초록, 주황 등 다양한 색을 마구 뒤섞은듯한 꽃들이 불규칙적으로 흩어져 있지만 모든 꽃은 일정한 온도로 따스함을 전달하는 힘이 있다. 어쩌면 이 따스함은 붉은 입술이 주는 미소의 온기와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서울에서 관람했던 에바알머슨의 전시회에서 화보집을 샀다. 물욕이 없는 편인데 이것은 사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다. 232페이지에 달하는 두께의 화보집 안에는 적어도 200종 이상의 작품이 얌전히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화보집을 책상 앞에 세워두고는 시무룩 해 질 때마다 멍하니 바라본다. 결과는 늘 화보집의 승리이다. 그림 속 미소에 홀딱 넘어가서는 금세 미소를 피식 지어 버린다.
살면서 이런 장치들은 꼭 필요하다. 떨어지는 텐션을 받쳐주는 중간지대와 같은 사소한 장치들 덕분에 감정이 널뛰기를 시도하려는 찰나에 평상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랑스런 그림이나, 반려견이나, 바닐라아이스크림이나 수영일 수도 있다. 무엇이든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그것들을 가까이 두고 수시로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