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조각을 두고 왔다

ㅣ 오늘. 거기.

by 느닷

햇살 한 줌이 소중한 겨울. 여수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2층 카페의 통창은 매끈한 사각형이다. 그 안으로 네모 모양의 해가 찬기운을 막아서며 길게 늘어졌다. 왼쪽귀가 살짝 잘려나간 길고양이가 너그러운 카페 주인과 눈 마주치며 여유롭게 걸어 들어와 사각형의 온기를 쬐려고 앉았다.


철 지난 팝송이 네박자의 리듬에 맞춰 여수바다의 파도를 밀고 당긴다. 낮게 깔린 음악은 여객선 지나가는 물길 따라 하얀 선율을 그리며 일렁인다. 바다는 청명한 해수면에 쉼 없이 그림을 그린다. 파도보다 우아하면서 물결이라기엔 일사불란한 바다의 손놀림이 여행자의 시간을 사로잡는다. 해수면과 맞닫는듯한 해를 가늠하느라 부신 눈을 감으면 눈꺼풀 위로도 붉은 해가 선명히 따스하다. 슬며시 눈 뜨면 여수의 겨울바다가 새파랗게 들어찬다.


묘하게 각진 무광의 검은색 커피잔이 소박한 듯 세련된 카페와 꼭 닮았다. 한쌍의 커피잔이 테이블에 놓이자 신선한 커피 크레마가 쌍둥이처럼 오른쪽으로 느긋이 회전하며 피어오른다. 맞잡은 두 손에 여수의 향기가 스민다. 우연한 그곳에 우리가 함께한 겨울이 한 조각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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