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가치살아요
사실 오래전부터 한 번쯤 큼직하니 키가 큰 녀석과 살아보고 싶었어. 처음 널 소개받았을 때 사진 속의 네 모습은 내가 늘 상상하던 늠름함이 마구 뿜어져 나왔었어. 그래서 두 번도 생각하지 않고 너와 함께 살기로 결정했었지. 그런데 막상 널 만나보니 생각보다 작아서 내심 놀랐지만 티 안 내느라 엄청 애썼던 거 모르지? 그래도 사진보다 얼굴빛이 싱그러워서 내 결정을 후회하진 않았어.
살가운 봄바람이 축축한 여름에 밀려나던 어느 밤. 네가 처음 우리 집에 오던 날은 잊을 수가 없어. 들뜬 마음으로 거실과 베란다 구석구석을 쓸고 닦으며 널 맞이할 준비를 했었거든. 우리 집에서 가장 햇살 좋은 곳이 어디였는지 기억을 더듬으며 네가 앉을자리를 미리 정해두기가지 했었다니까!
우리가 같이 살게 된 지도 어언 1년이 다 되어가네. 변명은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사건사고가 많다 보니 집을 비운날도 많았고, 처음 다짐과는 다르게 널 살뜰히 챙기지 못했던 것 같아. 다른 건 몰라도 진짜 네가 마실 물은 내가 정신차리고 챙겼어야 했는데... 그러면서도 염치없게 네가 나날이 예뻐지기를 은근히 바랬었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새삼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어. 특히 처음에 목마르다던 네 신호를 잘 알아채지 못했었던 거 정말 미안했어.
그런데도 네가 정말 나날이 잘생겨져서 또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돌돌 말린 새 잎이 올라올 때마다 이번엔 또 얼마나 큰 잎이 펼쳐질까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어~ 새 잎이 늠름하게 펼쳐지고 나면 다음 새 잎은 또 언제 올라오려나 싶은 기대감에 암탉 둥지에 달걀 찾듯 너를 살피는 기쁨이 나의 아침을 다정히 깨우곤 하는 거 잘 알지?
그렇게 매번 점점 더 긴 줄기와 더 큰 잎을 탄생시키더니~ 너는 정말 내가 처음 상상했던 대로 키가 큼직한 녀석으로 변했어! 햇빛을 많이 쬐면 예쁜 구멍이 송송 뚫린 멋진 잎이 더 잘 나온다고 하더라. 그래서 4,5일에 한 번씩 방향을 바꿔가며 골고루 해를 보여주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지 모르겠다. 사소해 보이겠지만 잘 커주고 있는 너에게 보내는 내 나름의 작은 보답이야.
대형잎이 사방으로 펼쳐진 큰 덩치덕에 이젠 화장실에 옮겨서 샤워시켜 주는 것도 만만치 않은 거 알지? 그래도 나는 네가 우리 집 거실에서 그 멋지게 생긴 초록잎을 반짝이며 광합성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참! 너 친구 생겼더라? 왼쪽 옆구리 아래 자그마하게 올라온 나팔이! 진즉 눈치는 채고 있었지~ 작년에 개화에 실패한 나팔꽃들이 우리 집에서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네가 하나 품고 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긴 겨울 고이 품고 있다 봄에 싹 틔우는 거 도와주느라 애썼어~ 작은 나팔이가 무럭무럭 자라서 네 키만큼 덩굴을 감고 올라가면 정말 멋질 것 같아. 둘이 가을까지 사이좋게 지내기를 응원할게~
나의 멋진 몬스테라야~ 우리 집에 와 주어서 고맙고, 부족한 내 정성 탓하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마워. 네가 우리 집 거실 랜드마크인 거 알지? 너는 내 식린이 인생에 금메달 같은 존재야~ 뭐든 부족한 게 있으면 부담 갖지 말고 말해줘. 작년처럼 잎 끝이 바싹 마르도록 혼자 끙끙대기 없기! 테라테라 몬스테라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