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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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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닷 Apr 18. 2023

당신의 나눔 파트너는 누구?

출출한 밤. 피코크 냉동 계피맛 호떡을 에어프라이기에 익혔다. 한 겹 한 겹 파사삭한 식감과 달콤한 흑설탕이 계피향과 어우러지는 달콤함의 조화가 완벽한 간식이다. 두 아들이 엄지를 척! 치켜들었다. 하하하... 이 간식 성공할 줄 알았다. 지난주에 한 지인 덕분에 우연히 맛보고는 아들이 좋아할 맛이라는 생각에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항상 가족이 생각난다. 바늘과 실처럼 같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좋은 것을 경험했을 때 그 감정과 경험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경험의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것 같다. 어렸을 때엔 모든 경험을 엄마와 나누었다면 나이가 들면서 경험의 종류에 따라 공유대상이 나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한 번은 책을 함께 읽는 동아리 단톡방에 '다음 소희' 영화 후기가 올라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청소년 노동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라고 한다. 상영장 현장의 분위기까지 꼼꼼히 스케치하며 안 본 사람은 꼭 보기를 권해주는 그 분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기꺼이 호응했다. 영화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소설, 그림책 등 좋은 문화콘텐츠를 만나면 꼭 이 단톡방에 멤버들은 서로 정보를 공유하며 후기를 나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좋은 작품을 만나면 꼭 이들이 생각난다. 이들과 나누는 세상 이야기는 늘 즐겁다. 



어제는 내가 즐겨 쓰는 화장품이 특가 세일을 한다며 동생이 링크를 보내왔다. 좋은 가격의 좋은 물건을 쇼핑할 때엔 신기하게도 항상 여동생과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 것을 하나 더 사거나, 동생에게 쇼핑 정보를 카톡으로 전송한다. 그래서 친정집, 우리 집, 동생네 집에 화장품, 신발, 냄비, 운동복 등 같은 물건이 많다. 고구마나 사과를 살 때도 큰 박스로 사서 세 집이 나누니 같은 사과를 먹고 같은 고구마를 먹을 때가 많다. 쇼핑을 대신해 주거나 같이 하는 것은 왠지... 공동체의 울타리가 존재하는 듯 든든함을 준다. 가끔 이웃집이나 친한 동료들까지 이 울타리에 집어넣기도 한다. 알수없는 든든함을 느끼며.



어떤 감정의 일렁임을 경험할 때 그것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딱 떠오를 때도 있다. 혹은 자신의 그런 순간에 나를 찾아오는 이도 있다. 이번주 내내 넘치는 업무로 과부하에 걸려 허우적거렸다. 잠시 멈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옆 교실의 친한 선생님이 떠올랐다. 마침 오후에 도서관을 찾아온 그녀의 작은 품에 기대어 나는 잠깐 마음을 다독였다. 그녀의 잔소리는 세상 더 없이 따뜻한 격려의 문장이 되어 내게 힘을 준다. 


살면서 순간순간 찾아드는 희로애락의 순간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참으로 값진 일이다. 더 깊이 그 순간을 들여다 보고 감정을 알아차리며 생을 두배로 즐길 수 있다. 내가 미처 맡지 못한 세상의 향기를 전해 들을 수 있고 그가 미처 보지 못한 디테일을 대신 발견해주는 재미도 있다. 나눔 파트너들은 이런 식으로 매 순간 나를 잔치상 앞에 데려다 놓는다. 상차림 메뉴는 아마도... 사랑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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