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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위한 특별한 비법

ㅣ은 없습니다.

by 느닷

우리는 왜 책을 읽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다양한 삶을 들여다보며 주변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삶의 철학을 공고히 세우고 자신의 생각줄기를 다듬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좀 더 풍요롭고 의미있는 삶을 만드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데 독서만한 방법이 없다. 독서의 이로운 점에 대해서는 밤이 새도록 말할 수도 있다. 독서가 힘들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독서가 쓸모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초등학교 사서는 학급의 담임들과 협력해서 학생들이 책 읽기를 통해 작은 성공경험이라도 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아이들을 독려하고 자극하는 일을 한다. 온책 (한 학기 동안 동학년 모두 같은 책을 한 권 읽는 것), 글똥 누기, 책 읽어주기, 추천도서전시회, 독서시간 확보, 독서 토론 등. 이 중에서 무엇보다 사서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개별성과 흥미이다. 아이마다 다른 상황과 성향을 인정하고 가능한 개별적 특성에 맞는 도움을 주되 자기 주도적 독서가 될 수 있도록 흥미를 붙여주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보여주기식 1회성 행사나 통계집표에 두드러지는 결과물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학교평가에서 성과위주의 독서교육을 요구하는 학부모님들의 제안이 3건이나 있었다.


독서골든벨을 했으면 좋겠다
독후감 쓰기를 활성화 하자
책을 많이 읽으면 보상을 주는 행사를 자주 해야 한다.


자세히 해석 해 보면 이런 것들을 하라는 것이다.

제대로 읽었으면 잘 알겠지? 정답을 맞혀봐 -> 시험의 또 다른 이름
책 읽고 이거 다 쓰면 상을 줄게 -> 보상을 위한 독서
책 00권 읽으면 00줄 게 -> 깊이 없는 양적 경쟁

이런 활동은 앞에서 나열한 ‘우리가 독서를 하는 이유’와는 전혀 다른 이유의 독서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교과서를 암기하듯이 책을 외워서 독서 골든벨 대회를 치르고 나면 그 책을 다시는 거들떠 보지 않는다. 대회라는 목적을 달성했으며,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독서록 확인도장을 받기위해서 책을 읽고, 공책을 채우고 돌아서면 내용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감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은 아예 읽지 않고 쓰는 수도 많다. 책을 읽고 다독상을 받아봐야 지혜나 상식이 늘지는 않는다. 권수 채우기에 급급해서 짧은 책만 열심히 훓으며 성실함을 인정받는 것 뿐이기 때문이다. 모두 독서를 정말 좋아하는 학생이 아니라면 되려 독서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빼앗아가기 딱 좋은 활동들이다. 나도 알고 있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상장, 독서록, 스티커판, 다량의 대출이력이라는 결과물이 없으면 독서교육을 하고 있는지 마는지 티가 잘 안난다는 것을. 사서가 놀고있나 의심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득보다 실이 많은 활동을 시킬 수는 없다. 우리가 독후감 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읽지 못했는가 생각해 보자.


독서의 최신 트렌드는 매년 바뀌고 있다. 독서골든벨, 독서이력제, 디베이트, 필사, 하브루타, 비경쟁독서토론, 낭독, 북큐레이션…. 독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궁리들이 눈물겹다. 이러한 노력들이 소용없다거나 틀렸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독서 할 계기를 만들어 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다만 한국의 어른들은 형식을 갖춘 독서, 특별한 목적을 가진 독서를 너무 맹목적으로 좋아한다는 게 문제다. 그게 평가도 편리하고 공부라는 형식에도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독서는 분명히 공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독서를 단순히 공부의 도구로 삼으려는 편협한 시도는 성공률이 낮고 재미도 없다. 도대체 재미없는 무엇을 꾸준 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덕분에 학생, 어른 가릴 것 없이 독서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1, 2학년때만 해도 책을 좋아한다고 외치던 그 많은 아이들이 5학년만 되면 책에 정색을 한다. 돌아선 고학년들의 마음을 되찾는것은 쉽지 않고 모범이 될만한 ‘책 읽는 어른’도 사라지고 있다.


배가 고프면 뭔가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먹고 싶은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자꾸 먹다 보면 맛의 꿀조합도 알게되고, 잘 먹는 요령도 생긴다. 다음엔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즐거움도 생기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 특별한 비법이 뭐가 있겠는가? 관심 가는 음식을 골라 입에 넣으면 되는 것이지 비법이 따로 있지 않다. 책도 끌리는 책을 골라 그냥 읽으면 된다. 읽다 보면 어떻게 읽는 게 더 좋을지, 어떤 책이 나에게 필요한 책인지 자신만의 스타일을 알게 된다. 이 과정을 누가 대신 해 주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독서를 위한 수많은 비법서들은 일단 독서를 시작 한 사람에게 필요한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먹을 시간이 없거나, 먹어야만 하는 음식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어서 배고플 겨를이 없다면? 혹은 배가 고픈건지도 모른다면? 아이들은 의외로 여가 시간이 많지않다. 그나마 잠깐씩 짬이 나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서 다른 욕구를 느끼지 못하기 일쑤다. 유튜브와 게임을 이기는 책은 드물다. 또는 읽고 싶지만 학원에 다녀와 지쳤거나, 숙제 때문에 읽을 시간이 없다고 내게 투정하기도 한다.


진짜 독서를 위해서 특별히 필요한 첫번째는 심 .심 .할 시간과 심 .심 .한 공간이다. 두번째는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긍정적 계기, 세번째는 마음편히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에너지이다. 그렇다. 비법 축에도 들지 못 할 이 간단한 것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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