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사람은 작가
글을 쓰는 일로 먹고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현실의 벽이라면 재능이 조금 부족한 것. 펜만 들었다하면 재밌는 이야기, 잘 읽히는 이야기가 줄줄 써지는 능력이 없다는 것. 그렇지만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 그냥 한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글쓰기를 좋아한다면 꾸준히 썼어야 했다. 코로나 확진자 동선 같은 일기 말고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글을 썼어야 했다. 글을 꾸준히 쓰지 못했던 건 너무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준비를 하자. 사실 지금 당장 글쓰는 사람이 되어야 했지만 나에게 시간적 여유를 더 준 셈이다.
1. 책 읽기 – 글 쓰는 사람을 꿈꾸기 시작한 5년 전부터 매년 30권 정도의 책을 읽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덕분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다만 아직 취향이 편향적이라 소설만 좋아한다.
2. 듣기 – 말을 잘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덕분에 모두를 소외시키지 않는 대화, 상대를 배려하는 대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3. 블로그 - 아주 드문드문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블로그나 메모장에 끄적였다. 쓰고 싶을 땐 각잡고 써야 하는 게 나중에 쓰겠거니 하다가 뭘 쓰려고 했더라 잊어버리고 메모를 어디에 뒀더라... 잊어버린다. 결국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묻히고 만다.
나중에 다듬어야지, 나중에 확장해서 써봐야지, 나중에 다시 생각해야지, 나중에 나중에....
계속 미루다가는 내 글들은 글이 되지 못하고 조각으로만 남을 것 같아서 정말 갑자기 문득 어느 날 브런치 작가에 신청했다. 늘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다만 글을 꾸준히 쓰지 않았고 자신이 없어서 신청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제출 글도 3개나 필요했는데 드문드문 썼던 잡설로 신청해버려서 안되어도 너무 실망하지 말기로 했다.
내 글은 호흡이 길다. 장황하다. 너무 건조하다. 브런치에 있는 글들은 호흡이 비교적 짧고 웃기는 듯 진지했다. 그래서 안될 줄 알았다. 그런데 결과는 합격~!! 나는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사람인데 요 근래 가장 기뻤다. 안될 줄 알았는데 단번에 되어버려서 깜짝 놀랐다. 매일 제자리 걸음만 하다가 갑자기 점프를 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을 좀 읽었더니 출퇴근만 열심히 하는 성실한 노예에서 작가로 갑자기 신분 상승을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