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시간
어차피 쉬자고 와놓고 딱히 할일도 없었으면서 늦잠을 자버린 나 자신을 나무라고 애먼 호텔 암막커튼 때문이라는 탓을 했다. 애초에 있지도 않은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 나를 자책하는 건 여행을 와서도 내 감시자 역할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 언제 어디서든 나는 나를 감시하고 자책하고 강박 속에 가둔다.
감시자인 나와 감시를 말리는 나 사이를 아슬하게 설득시키며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는 현실에서 혼자 눈치를 보며 스멀대는 불안을 최대한 모른 척하고 여유있는 척 괜찮은 척 했더니 조금 괜찮아졌다. 침대에서 느릿느릿 꿈틀대면서 ‘휴가니까 괜찮아’를 이만번 외쳤지만 결국 오전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내가 부끄러워지긴 했다.
하루종일 누워있을 수는 없어서 그래도 다른 도시로 왔으니 밖에 나가보았다. 사고 싶은 것들은 많이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물건가격을 여기저기 비교했다. 한번에 몰아서 사야 면세가격으로 살 수 있어서 다니면 다닐수록 나는 점점 더 신중해졌다. 결국 내가 원하는 물건들이 모두 있는 적당한 가게에서 쇼핑을 완성하고 식료품은 또 다른데서 한봉지 담아왔다. 식료품은 면세가 안되었는데 계산서를 보니 세금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오늘 하루종일 뭘 얼마나 아끼려고 발품을 팔았나 싶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던 건 오사카에서 나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이었다면 시간보다 돈을 더 지불 했을테지.
팔이 무거워지고 있는데 저녁거리도 사서 가느라 게을렀던데 비해 꽤 피곤했던 하루. 가챠도 특이한게 있으면 뽑고 싶었는데 흥미로운 가챠는 발견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웠다. 그래도 편의점 컵라면은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