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주인을 꿈꾸는 직장인의 서점 판타지

서점과 관련된 소설 이야기

by 그림토끼

어쩌다 이번에 서점, 책이 키워드인 소설들을 몇권 읽게 되었다. 지난 1월 눈비바람 치는 제주에서 이리저리 독립서점 투어를 하던 와중에 건져낸 책 세권, 세권을 읽다가 기억해 낸 과거의 책 한권, 아차차. 내방에 있는 읽는 순위에서 늘 밀리고 밀린 책이 한권. 미스터리하고 따뜻한 서점에 관한 이야기에 한동안 빠져 있었다.


사라진 서점(The Lost Bookshop)

제목이 꽤 직관적이다. 책표지가 예뻐서 안그래도 읽어야지 생각하고 있던 책이었는데 책을 산책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위로해주는 따뜻한 서점에서 다른 예쁜 책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는 걸 봤더니 마음이 급해졌다. 전자도서관에서 ‘설마 있겠어’ 하는 마음으로 검색했는데 감사하게도 마침 있었다.


제목 그대로 사라진 서점에 대한 미스터리를 쫓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에는 나름의 반전도 있고.

에밀리브론테 자매의 미발표 원고는 영국 고전 수집가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이야기인가 보다. 팩트와 상상을 적절히 섞어 놓은게 좋았다. 나같은 사람은 어디까지가환상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에 반하게 되어있다.


과거의 오펄린의 이야기와 현재의 마서 이야기가 교차되어 나오는데 그들은 서점과 에밀리브론테로 이어져 있다. 두 여성 모두 시대나 성별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에는 우여곡절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능력있는 진취적인 여성들이었고 결국엔 행복을 쟁취한다. 마서와 사랑에 빠지는 헨리는 우유부단해서 민폐를 끼치는 캐릭터인데 심지어 술에 취해서 언젠가 한번 보았던 서점을 찾는 남자이다.


사라진 서점이 있었던 집은 뭔가 미스터리하다. 보든 부인도 마서를 도와주는 책요정인가 아니면 오펄린의 유령인가. 마서를 지키는 오펄린 유령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넬라의 비밀약방(The Lost Apothecary)

독립서점에 사라진 서점과 같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 이전에 회사 도서관에서 제목이 흥미로워서 기억에 남았던 책이다. 덕분에 도서관 상호대출 서비스도 오랜만에 이용했다. 읽고보니 서점과 책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 사라진 약제사에 관한 이야기. 굳이 책과 연관 짓자면 그녀가 썼던 비밀장부에 대한 이야기 일까.


약제사라는 직업이 이야기에 등장할 때면 늘 외진 곳에서 외롭게 늙어가는 마녀거나 마법사이고, 사람들은 몰래 그녀의 도움을 받으러 오곤한다. 그리고 그런 마녀에게 따뜻하게 잘해주는 사람이 단 한명 정도 나타나기 마련이다. 마녀나 마법사가 나오는 이야기라면 참을 수 없지.


이 소설에서는 약을 만들고 약제에 대한 지식만이 주인공 넬라가 가진 전부였다. 그녀는 그녀와 비슷한 고통을 겪은 여성들을 구해주기 위해 독을 제조한다. 비밀장부에 기록해가며 신중하게 독을 팔았지만 의도치 않게 본인과 소녀를 위험에 빠뜨려 버렸고 서로의 생존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넬라의 엄마와, 넬라 그리고 현대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쫓는 캐롤라인까지 이야기가 교차되는 방식으로 쓰여졌다. 우연히 발견한 조그만 약병부터 시작되어버린 그들의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재생되며 캐롤라인 또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스스로 일어설 힘을 얻는다.


사라진 서점과 묘하게 닿아있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남성에게 고통받은 여성들이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아와 행복을 찾는다는 주제의식이나.


기묘한 골동품 서점(Sotheran’s of Sackville Street)

이 책까지 세권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어서 뭔가 같은 결의 소설을 기대했었는데 마지막 퍼즐은 전혀 다른 온도였다. 오히려 실용서에 가깝다. 나는 소설을 좋아하지만 표지가 예뻐서 읽어보고 싶었다. 실용서 또는 에세이인 만큼 이야기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았다.


소설같은 소설이 아닌 소설일 수도 있는 희귀서적 판매점에 취직한 신규직원의 근무일지. 신규직원인 올리버가 골동품, 고서적 전문 판매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독자는 기묘한 골동품 서점을 방문하는 손님과 진귀한 골동품들에 대해 알게 된다.


찾아보니 책표지와 똑같이 생긴 서점이 실제로 존재해서 역시 이 책은 확실히 소설이 아니고 에세이겠구나 생각했다. 하지만 소서런에 오는 손님들이나 골동품이 모두 소설일 수도 있지.


Sotheran’s Rare & Prints 이름도 멋진 곳. 다음 런던 여행은 여기부터 시작해야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The Cat Who Saved Books)

과거로부터 온 책으로 아직 기억할 정도로 즐거운 독서경험을 안겨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이 책도 표지가 예쁜데 나는 표지로 읽을 책을 고르는 편이구나.


말하는 얼룩고양이와 갑작스럽게 고서점의 주인이 된 린타로가 함께 갇힌 책을 구하는 여정을 따라가기만 하면 책의 의미, 책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얼룩이 덕분에 동화적인 느낌이지만 교조적이지 않은 시선이라 좋았다. 오히려 따뜻하기까지 하니까. 모든 것이 너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서 이 책을 읽으면 나도 모르게 책과 독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랄 수도 있다.


많이 읽기만 하는 사람, 한줄만 읽는 사람, 정보만 취하려는 사람들에게서 책을 구하는 여행에 생각보다 쉽게 홀린다. 예쁘고 아름다운 말만 가득한 이 책은 책에 대한 작가의 연애편지 같기도 하다.


리빙스턴씨의 달빛서점(Mr. Livingstone’s Bookshop)

서점 시리즈의 완성을 위해 마지막으로 내방에 있던 서점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제목이 예뻐서 고르게 된 책인데 꽤 오래 방치되어 있었지만 다행히 이번 기회에 완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달빛서점은 선한 사람들로 채워지고 상업적이지 않으며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곳이다.


고고학자를 꿈꾸는 아그네스가 직장을 찾아 무작정 런던으로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구원처럼 우연히 달빛서점에서 일하게 된다. 리빙스턴씨는 문학적 소양이 엄청난 사람으로 그가 인용하는 모든 소설 구절을 이해하고 알았다면 이 소설을 훨씬 더 풍부하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서점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꿈을 이루고 행복해져서 다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악역이 없는 드라마 같은 순한 맛.


내가 억지로 끼워 맞춘 책들 말고도 따뜻한 공간과 이야기가 있는 좋은 소설들이 많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책들의 부엌, 츠바키 문구점 등 내가 읽은 책말고도 읽지 않은 책까지 아마 이 글을 끝낼 수 없을 수도 있다. 차근차근 알아가야지.


혹시 먼 미래에 내가 진짜 책방주인이 된다면 나는 그 곳을 달빛서점이라고 부를 생각이다. 소설 속 달빛서점처럼 따뜻하고 힐링되는 공간이었으면 좋겠거든.

계속 책을 읽고 사랑할 사람으로써 처음 시도 해 본 키워드 독서법. 덕분에 혼자 얼마간 즐거웠다. 다음 키워드를 결정하지 못해서 독서동력을 잃고 방황 중이라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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