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마주친 사람들

그들의 웃는 얼굴은 전염된다.

by 그림토끼

오사카에 다녀온지 두달만에 다시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두달마다 여행을 가냐고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늘 출발선에 서서 출발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나보다 ’에라모르겠다‘ 하고 출발해버리는 내가 더 좋아서. 일단 그것만으로도 떠날 이유는 충분하지.


친구가 먼저 간다고 해서 선택한 곳이다. 일본에 갈때는 늘 후쿠오카, 오사카만 가서 익숙한 것만 하려고 하는 나를 반성하던 참에 마침 새로운 곳에 갈 결정을 해버렸다. 두달뒤에는 일본 말고 다른 새로운 곳도 찾을 수 있겠지.


마츠야마는 한자를 보면 소나무산이라는 뜻인데 크고좋은 나무가 많긴했다. 한국인 친화적이라 한국인에게만 많은 것이 공짜여서 다니는 내내 신이 났다.


익숙한듯 낯선 일본이라서 나도 익숙한 듯 낯선 채로 돌아다녔다. 오랜만에 관광객처럼 관광도 하고 일상인 척 트램요금을 카드로 결제했다.


여기저기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치게 되었는데 서로가 알게되지는 못하지만 찰나의 친절을 주고 받은 기억에 대해 쓰려고 한다.


호텔 앞에 관광지까지 데려다 주는 기차 모양 트램이 있었다. 모양이 귀여워서 그것만으로도 ‘내가 지금 서울이 아니구나’ 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는데 트램이 정차해있고 나는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일상의 한부분, 찰나의 마주침일 뿐일텐데 그들은 횡단보도에 모여있는 모두에게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신호가 꽤 길어서 계속 그들의 환한 인사를 못본척 할수가 없어서 결국 손을 흔들었다.


사랑이 허무를 이기는 것처럼 친절도 냉소를 이긴다.


호텔로비에 일하시는 분 중에 중년이상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계셨다. 나이만큼 경력이 있어보였는데 같은 일을 오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친절이 몸에 베어있었다. 내가 묶을 방을 배정해주고 키를 주시고 충전기도 빌려주셨다.


브런치를 먹으려고 들어간 로컬 카페의 점원이 내가 주문한 음료와 빵을 다 차려주고 난 후에도 뭔가 내가 못알아듣는 말을 더 해서 나는 영어가 가능하냐고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카페를 이용할 때 내가 알아야 할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나에게 맛있는 커피와 빵을 가져다 주신 걸로도 이미 충분한 친절을 받았는데 그녀는 활짝 웃으며 더듬더듬한 영어로 음식이 다 괜찮냐고 물어봐주었다.


한국인에게만 공항과 시내를 오가는 셔틀을 무료로 태워주는 것만으로도 또 이미 충분히 친절한 곳인데 공항버스 기사님들이 허리도 펴지 못하는 낮고 깊은 곳까지 들어가 한두개도 아닌 승객 모두의 짐가방을 테트리스하듯이 차곡차곡 수납했다가 다시 내려주었다. 매일 매번 반복되는 일이 버거울만한데도 그들은 하나같이 웃고 있었다. 특히 공항으로 갈 때는 모두의 가방이 최소 두배씩은 무거워졌을테고 가족단위의 짐가방은 내 20인치 캐리어보다 훨씬 큰데 심지어 그들은 중년 또는 중년이상의 나이로 보였는데 무릎과 허리는 괜찮을까.


마츠야마 공항은 작고 아담했지만 모든 검색이 꽤 철저한 편이었는데 대신 기계보다는 직접 사람의 손과 목소리로 소통하는게 인상적이었다. 가방을 확인하는 기계 앞뒤로 서너명의 직원들이 가방이 들어갈때마다 기계 너머 동료에게 큰소리로 ‘몇명의 가방이 갑니다’라고 말해주었다. 매번 정확하고 높은 톤이었다. 바쁘고 사람들은 길게 줄 서 있지만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렇게 가방 확인이 끝나면 비로소 비행기에 실어주는 시스템. 항공권 체크인은 인터넷으로 했는데 가방 체크인이 오래걸렸다.


마츠야마에 머문 사일동안 모두가 나에게 웃어주었다. 나도 웃는다. 심지어 같은 한국인 관광객이 귤젤리를 대뜸 나눠주시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 일. (일어났다가는 오히려 의심받을지도..)


그들의 하루와 다르지 않은 나의 하루로 돌아간다.

여행지에서는 말이 통하지 않아서 친절을 과장하는 편이다. 할 수 있는 말이 ‘고맙다, 감사하다, 미안하다’ 밖에 없는데 언어가 부족한 게 불편하기만 한건 아니구나.


조금의 친절도 상실해버린 나로써는 오랜만에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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