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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Jul 18. 2024

100년 전 쓰인 책을 다시 읽으면

아주 어린 날 라테로 말하면 국민학교 다니던 그 시절. 몇 학년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5-6학년 정도 되었던 것 같다. 책들 사이로 삐죽이 나와있던 [데미안]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살랑거린 바람소리가 들리던 고요한 오후 툇마루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후 고전은 재미없고 어려운 책이라는 생각이 박제되었고 고전이라면 쳐다보지 않았다. 그리고 몇십 년이 흘렀다.


어느덧 대한민국에서는 중년이라 불리는 나이가 된 어느날 아이 책장을 정리하다 또다시 [데미안]을 만났다. 그렇게 명서라고들 하는데 좋지 않았던 기억 때문에 도저히 손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어 한동안 책장 어느 구석에 모셔두었다. 그러다 읽을 책이 뚝 끊기고 도서관에 가기도 여의치 않을 때가 찾아왔다.


그렇게 [데미안]을 어쩔 수 없이 다시 펼쳐 들게 되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그래도 좀 쉽게 읽힐 거라 생각했던 건 대단한 착각과 교만이었다.

여전히 어려웠다. 아니 지금도 어려운 책을 그때는 얼마나 더 어려웠을까 싶었다.  


그래도 다시 덮기는 지는 것만 같아 싫었다.  책을 꾸역꾸역 읽어가던 중  말에 눈길이 멈췄고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자연이 자넬 박쥐로 만들었다면 타조가 되려고 애쓰지 말란 말이네. 자넨 번번이 자신이 별난 사람이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자책하는데


그런 생각을 버려 불을 들여다보고 흘러가는 구름을 응시하고, 그러다가 내면의 소리가 들리거든 즉시 그것들에 자신을 내맡기게. 처음부터 선생님이나 아버지 혹은 신의 뜻과 일치하는지 그들의 마음에 들지를 묻지는 말라고!


그런 물음이 사람을 망쳐. 그렇게 하면 안전하게 인도로만 걷는 화석이 되고 마는 거야.]

-헤르만헤세의 데미안 中-


100년도 훨씬전에 태어난 이 작가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화석이 되어버리는지 그 어려운 걸 어찌 꿰뚫어 보았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지금보다 사회적 통념이 훨씬 더 철옹성 같았을 텐데 말이다.  어느 시대나 알을 깨고 나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인류가 이렇게 지속할 수 있었음을 다시 또 깨닫는 순간이다. 몇십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데미안]. 결국 읽게 되었다.




사진출처: ASK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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