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을 것 같은 때가 있다.작년 이맘때 수영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랬다. 자유형, 배영, 접영, 평영 그중 뭐라도 제대로 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자유형, 배영은 그나마 낫다. 그런데 이놈의 접영은 양팔을 휘저어대느라 힘이 너무 들어간다. 조금만 해도 헉헉대기 바쁘고, 평영은 개구리 다리가 그렇게도 안 됐다.
특히, 접영은 모든 물의 저항을 온몸으로 헤치고 나와야 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심해 시작하기도 전에 몸이 움츠려 들었다. 3달에 한번 강사는 로테이션된다.
처음에는 적응할만하면 로테이션되는 프로세스가 영맘에 들지 않았다.그러다 몇 분의 강사님을 거치면서 알았다.
각 강사님마다 배울 점들이 분명히 있었다.
어떤 이는평형 발동작을 또 어떤 이는 손동작을 중심으로 설명해 주니 두루두루 종합하며 자세가 보완되어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또다시 접영을 해야 될 때가 왔고, 그달의 강사님은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물살을 거스르려 하지 말고 타세요. 물속을 어깨로 누르며 들어가다 보면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느낌이 올 때가 있어요. 그때 숨을 쉬러 올라오는 거예요. 물과 몸 리듬이 같으면 훨씬 더 쉽고 빠르게 나갈 수 있어요.
앞으로 나아갈 일이 깜깜한데 리듬은 무슨 말인가 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자.팔, 다리는 본능적으로 움직였고물아래 깊이 들어가고 한참있다 어느 시점에 몸이 붕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이때인가 보다 싶어 발을 힘차게 저어 숨 쉬러 올라왔다. 어라 정말 훨씬 더 쉬웠다. 그리고 다시 물속깊이 들어가야 되는 그 순간이 더 이상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렇게 접영에 참맛을 알게 되었고. 이제는 물깊이 몸을 쭉 뻗어 들어가 있는 그때가 천국인가 싶을 정도로 평화로울때가 있다.
순간 사는 것도 이렇게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동안 뭐 어쩌자고 떠오르고 싶어 하는 몸에 온갖 추를 매달고 혼자서 해보겠다며 버둥됬을까.
모든 것에는 물살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사람마음이든 삶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