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사랑이라는 걸 계속할 수 있을까. 심신이 낡고 얇아져 포기하고 싶다. 는 마음속 메아리와 그래도 엄마인데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가 세상천지에 어딨어.라고 당연시되는 말들 속에서 여러 날을 고민했다. 그리고 선택이 무엇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갈 수 있을까'를 거듭 생각해 본다.
자식으로 너무 힘들면 그냥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못나고 못된 생각도 문득 찾아들곤 했다. 지금 상황을 받아들이고 직면하기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엄마이기에 앞서 온전히 나약한 한 인간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애써 아닌 척해보지만. 분명 내가 고통스러운 것이 먼저였고. 감당하기에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오늘도 내일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씩씩한척해본다.
남편은 맛있는 떡볶이집이 있다며 가자고 했다. 얼마 만에 단둘이 갔는지 모르겠다. 둘 다 떡볶이가 들어갈 마음 여유는 없지만 애써 서로에게 괜찮은척 해본다. 남편은 떡볶이 덕후다. 나 또한 좋아한다. 떡볶이집에 들어서니 중, 고등학생과 20대 젊은 친구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감튀와 각종사이드메뉴 선택이 가능한 퓨전떡볶이집. 그날 우린 그 가게에서 제일 나이 많은 손님이었다. 여느 때 같으면 그런 분위기가 왠지 주눅 들었을 거다. 그런데 그날은 젊은 날로 돌아간듯해 잠시 좋았다. 싱글였을때는 이렇게 무거운 왕관을 쓰지 않아도 됐었는데, 덩달아 학창 시절로 돌아간 기분에 젖어 무거운 왕관을 잠시 벗어놓고 있었다.
떡볶이를 절반쯤 먹었을까. "많이 생각해 봤는데. 사랑이를 포기하면 나도 못 살 것 같아. 둘째가 있어 어떻게든 살아지겠지 싶었지만. 그건 아니야. 난 포기 안 하기로 했어" 남편에게 한말인지 나에게 한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 쉬운 말 같지만 이렇게 당연한 말을 마음먹기까지 참 어려웠다. 부끄럽지만 여기에 고백하고 싶었다.
상담 가는 날이 다가왔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딸은 말한다. "엄마가 날 포기하더라도 이해해요. 제가 생각해도 힘들 것 같아요. 그냥 날 포기하면 맘이라도 편할 것 같아요" 그리고 상담을 들어가 버렸다. 갑작스러운 말에 어리둥절했고, 잠시라도 그런 맘을 먹었다는 것이 찔렸다. 기다리는 동안 마음은 추가 달려 바닷속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마치고 나온 아이얼굴이 아주 밝다. "엄마, 선생님과 상담하다가 엄마가 날 포기해도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이해한다. 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부모는 네 엄마는 절대 널 포기 못해. 안 해"라고 하셨어요. 그러면서 엄마를 보며 안도하는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그 모습이 시리게 아팠다. 가장 불안했던 건 우리 아이였구나. 나를 포기하면 어쩌지 하는 낭떠러지 마음이었구나. 돌아가는 차 안에서 엄마는 말했다. "엄마는 사랑이가 그냥 너니까 사랑하는 거야." 그리고 "엄마는 너를 절대 포기 안 해. 그럼 엄마도 없어지는 거야."
너무 사랑하지만, 사랑하는 것이 두렵고 아플 때도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힘을 내어 보자고 나에게 말했다. 사랑에도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을 두려워하는 것은 삶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으며, 삶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세 부분이 죽은 상태다. (To fear love is to fear life, and those who fear life are already three parts dead.)
버트런드 러셀_영국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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