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과 썰물

그 이름은 '기대'

by 도도

기대 (期待/企待)

[명사] 어떤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기다림.

[유의어] 고대 4, 대망 5, 바람 2


매일 좀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상담을 처음 받던 날 담당선생님은(J) 말했다. "앞으로 조금씩 좋아질 거예요. 그런데 한 번에 확 좋아지긴 어렵고요. 좀 나아졌나 싶으면 다시 제자리. 이제 괜찮나 싶으면 다시 후퇴하는 모습들이 보일 거예요. 그러면서 좋아지는데 그 시간이 어머님께는 힘들 수 있어요"

앞으로 좋아만 진다면야. 주식장처럼 전진했다, 후퇴했다 하더라도 우상향만 하면 무슨 문제 일까 싶었다.


하지만 이내 그 의미를 온전히 알 수 있었다. 조금 나아지나 싶어 마음이 앞서가면 다시 엉클어진 모습을 보이는 아이에게 희망이라는 것이 없을 때보다 더 슬프고, 더 화가 나고, 더 절망했다. 꼭 뭘 줬다 빼앗는 것처럼 그랬다. 밀물 때라 생각하고 투망을 챙겨 고기 잡으러 나와보니 어느새 또 썰물이 되어버린. 그 허망함에 물 빠진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다시 물이 차오르는 밀물이 되기도 했다. 엄마의 좌절된 '기대'로 화는 용암처럼 흘러나왔다. 그리고 분통한 감정은 엄마와 아이를 삼키곤 했다. 참 간사한 마음이다.


어떤 날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 아이를 깨울 때도 감정이 통제되지 못했다. "내가 널 왜 이 시간에 깨우고 있어야 하니? 알바 가는 시간에 맞춰서 깨워줘야 하는 게 말이 되니? 하기로 한 거면 알아서 일어나야지. 도대체 얼마동안 깨워야 되는 거야?" "너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온갖 악다구니가 치받쳐 올라왔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건 머리로는 너무나도 명확하게 아는데 감정은 통제되지 않았다.





그렇게 미쳐가고 있을 때 살고 싶었다. 분명 그 어딘가에 나 같은 엄마, 딸 같은 아이들이 있을 것 같았다. 설마 했는 데 있다. 사춘기맘카페가. [사춘기 자녀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엄마들의 모임] 사. 미. 모. 카페의 쥔장은 '엄마도 좀 살자'라는 책을 펴내기도 한 저자였다. 사춘기자녀로 힘든 시간을 겪고 이겨낸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 것이다. 처음엔 그냥 숨 쉬고 싶어 카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다 위로받았고 또 나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되기도 했다.


그중 한 엄마로부터 쪽지가 왔다. 6개월 전, 1년 전 나의 마음을 지금 이 엄마는 겪고 있다. 그 속이 어떨지 알기에 같이 마음 저리다. 그분의 마지막 톡은 "힘들 때 연락드려도 되죠?"였다. 언제든 손을 잡아 주겠노라 했지만 이분이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소망한다.


오늘도 카페에는 사춘기 자녀 때문에 미칠 것 같은 엄마들의 속마음이 이런 제목들로 넘쳐난다.

-돌아오는 날이 오긴 하겠지만

-자식이 어렵네요

-포기하고 싶어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요

-무관심과 내려놓기 차이


좋아졌다 생각하면 다시 도돌이표가 되고 그럴수록 분노와 좌절감은 배가됬다. 돌아보니 이 동안은 희망의 찬가 보다는 기대를 놓고 주사 맞을 때처럼 힘을 빼고 있어야 했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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