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문득 몇 년 전 내가 떠올랐다. 그때 나는 자판기 앞에 서 있었다. 진짜 자판기는 아니고. '어떻게 살까' 하는 삶의 갈림길 같은 거. 그때 내 앞에는 이런 선택지들이 있었다.
그냥 이대로 살기, 다시 직장 구하기, 뭐라도 시작해 보기
한참을 망설였다. 자판기 버튼을 누르듯, 선택을 내려야 하는데 손이 떨렸다. '또 처음부터 적응하는 게 얼마나 힘들까.'그 생각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환경, 새로운 룰. 생각만 해도 승모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안 누르면 아무것도 안 나오잖아.'자판기는 그냥 서 있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눌러야 뭐라도 나온다. 그래서 눌렀다. 떨리는 손으로.
시작은 작았다. 일주일에 한 번.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어색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아이가 참 즐거워해요" "다음 수업은 뭐해요?" 사람들이 말을 건넸다.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반응들.
그런 소소하고 작은 사회적 반응들이 즐거웠다. 창밖에 부는 바람이 손끝에서 느껴졌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일 년이 되었다.
돌아보니 신기하다. 그때 그 작은 선택 하나가 여기까지 왔다. 점이 하나 찍히고, 또 하나 찍히고, 어느새 선이 되어 있었다.
혹시 지금 자판기 앞에 서 있다면. 지금 삶이 잠깐 멈춰 있다고 느낀다면 살며시 손을 내밀어 보세요. 분명 창밖에 부는 바람이 손끝에서 느껴질 겁니다.
그 바람들이 이어지면, 어느 순간 또 다른 길이 되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늘도 떨리는 하루를 응원합니다.
P.S 이것으로 자영업자로서의 여정은 이만 마무리할게요. 감사합니다. ^^*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