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생각의 보석을 지니고 있다. 다만 캐내지 않아 잠들어 있을 뿐이다. _이어령
학원 원장님이 멋있다며 빠지지 않고 다니고 있는 수학학원. 그러던 차에 스터디카페 등록을 해달라고 했다. 요즘 아이들이 공부하러 다니는 곳이다. 지정석 사용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지정석이 더 비싸다. '라테는 말이야, 도서관에 아침 일찍 가서 자리를 맡았어. 늦어서 자리가 없을 때는 대기표를 받아 기다렸다고.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얼마나 잘돼 있는데 따로 또 돈을 내고 스터디카페를 간다는 거야' 꼰대엄마 생각이 울려댔다. 그냥 생각일 뿐 말하진 않았다. 이제 막 마음속 보석을 살피고 있는 아이에게 응원만이 답인 것 같았다.
벌써 몇 군데 알아봤다며 그나마 맘에 드는 곳이 있으니 가보자고 한다. 한 평이 안 돼 보이 곳에 노란색사물함과 새하얀 책상이 놓여있다. 내쉬는 숨소리까지 들리는 이렇게 좁고 고요한 곳에서 어떤 꿈을 꾸고 그려나갈지. 답을 모르는 엄마는 걱정반 기대반으로 우선 한 달권을 끊었다.
이제 즐겁게 다니던 알바도 그만두고 학교 대신 스터디카페로 등교를 시작했다. 보온도시락을 들고 말이다. 어느 정도나 갈까, 하다 말겠지 했다.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 아침 8시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나 도시락과 아침밥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12시가 넘어 들어오는 아이를 기다리다 반겨주는 일.(집에 오는 그 시간만이라도 혼자 생각하고 싶다며. 데리러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것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11살 둘째는 여행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함께 하지 않는 누나로 인해 여행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됐다. 누나 때문 인건 아는데 그래도 여행 가고 싶다 노래를 부른다. 그래 많이 참았다.
딸을 설득하여 겨우 제주도 티켓을 끊었다.
드디어 제주 도착. 점심을 먹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좀 쉬었다 나가자고 침대에 벌러덩 눕는 순간
" 제가 알아봤는데 이 근처에 스터디카페 있어요. 좀 데려다주세요"라고 한다.
" 이잉? 여기까지 와서 무슨. 그럼 여기에 온 의미가 없잖아"
" 동생 때문에 어쩔수 없이 온 거예요. 전 스터디카페 데려다주시고 이따 저녁 늦게 데리려 와주세요" 단호해서 더 이상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럼 저녁은 어떻게 하려고?" 식탐 많은 딸이 제주도까지 와서 제대로 못 먹을 생각에 안타까웠다. "근처 편의점도 있고 제가 알아서 해요" 그럼 저녁을 포장해서 가져다주겠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후로 한동안 설득 했지만 먹히지 않았고 결국 근처 스터디카페 1일권을 끊고 들여보냈다. 숙소에서 15분 거리다. 공부라는 것을 딸은 진심으로 대하고 있었다.
아이의 조급한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활동안 공부는 거의 손 놨고. 이제 불과 4개월 뒤면 고등학교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다만 급한 마음으로 달리다 번아웃이 올까 걱정됐다.
자기만의 보석을 열심히 캐내는 아이.
여행 3일째 되는 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말했다. "엄마는 너처럼 못할 것 같아. 그렇게 신나게 노는 것도,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우리 딸" 무뚝뚝한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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