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이사

그곳은 복잡했어

by 도도

사랑이가 다니는 학원이 이전을 했다. 지금 우리 집과 조금 더 멀어진 덕분에 마음 급한 사랑이에게는 대중교통으로 오가기에 먼 거리가 됐다. 본능적으로 '아, 이제 꼼짝없이 학원픽업을 해야 되겠구나 했다.' 옮긴 위치를 살펴보니 예전에 살았던 집 근처 상가 3층이다.


같은 지역에서 10년 넘게 살고 있지만 그 동네는 평소 갈 일이 전혀 없었던 곳. 한동안 잊고 있었던 곳이다.

위치를 보는 순간 그곳의 삶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사랑이가 6살 때 이사를 왔고, 그곳에서 동생을 낳았다.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을 유독 다니기 힘들어하던 아이. 4살부터 다니기 시작한 어린이집이지만 일주일에 3번 가면 많이 갔다. 원이 문제인가. 싫은 친구가 있나. 선생님과 맞지 않나. 주변을 살펴봤지만 딱히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사이 어린이집을 3번이나 바꿨고 이사까지 한 덕분에 4번째 옮겨가게 되었다. 그렇게 각기 다른 어린이집 가방 부자가 됐고 이제 6살인데 또 안 다닌다고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그곳에서는 잘 다녀줬었다.^^





학원 가는 길 예전 살았던 아파트 단지를 잠시 들려보았다. "여기 너무 오랜만이네요. 다 기억나요. 내가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아 밤마다 한 시간씩 마사지해 주신 거. 퇴근하고 오면 나랑만 놀아준 거. 바쁜 엄마였지만 공백은 느끼지 못했어요. 그때 엄마 참 힘들었겠어요" 엄마의 지난 시절에 위로를 건넬 만큼 사랑이의 커진 마음에 눈시울이 시큰해졌다.


사랑이는 7살이 될 때까지 새벽 2-3시에 잠이 들었고 면역력이 떨어진 엄마는 그 7년 동안 거의 매년 폐렴을 달고 살았다. 잊고 있었던 6살, 1살 엄마의 모습을 다시 생각나게 해 준 곳이 지금은 반가웠다.

(하지만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절이다. 죽을 것 같았다.^^)


감동도잠시 "그런데 왜 이사 간 거예요? 여기는 학원가도 바로 코앞이고 딱 좋구먼. 아니 무슨 이사를 거꾸로 다녀요. 다시 여기로 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응, 아니야~) 찰나의 뭉클함이 와장창 깨졌다. 지극히 현실주의자 같으니라고.


그때 이곳은 캠핑용품으로 가득 찬 답답한 집. 밖에는 빼곡히 들어선 학원들뿐. 숨이 찬 하루일과에 현기증이 났던 곳. 어디 한 군데 멍 때리며 볼 수 있는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엄마도 숨 쉴 곳이 필요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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