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인 둘째의 올해 학부모총회는 패스하기로 했다. 나름으로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는 둘째.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인품은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던 터라 걱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학부모총회는 참석키로 했다. 3월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도 급식을 먹고 오지 않는 사랑이가 걱정되었다. 점심시간에 급식을 같이 먹으러 가자고 친구에게 말할 주변머리가 없나. 학교적응이 힘든 건가. 따뜻한 봄날이 왔는데도 여전히 머릿속은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총회가 끝나고 담임선생님과 첫인사를 하게 되었다. 20대 후반 많아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긴 파마머리의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을 갖고 있는 선생님이다. 반모임 이후 담임선생님은 반대표 맡아 주실 어머님을 찾고 계셨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온 오늘이다. 다행히? 반장어머님은 의사가 없다고 했다.^^ 반장이고 공부 잘하고 선생님께 칭찬받는 자식의 반대표는 아니지만 걱정되고 안쓰럽고 힘을 주고 싶은 자식의 반대표가 되기로 했다. 제가 하겠다고 손을 번쩍 들었다.
모임 이후 선생님께 사랑이가 급식을 계속 먹지 않고 있으니 학교에서 잘 먹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으로 도와달라 말씀드렸다. 급식을 먹지 않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깜짝 놀라셨다. 3월부터 아이들 개별 면담을 시작했고 그중 사랑이도 면담을 진행했다고 하신다. 스스로를 엄청 조이는 성격으로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기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선생님이 임용고시 준비할 때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씀하셨다. 뒤돌아보니 꼭 그렇게 까지 나를 몰아치며 하지 않았어도 좋았을걸.. 이라며.
쉬는 시간에 쉬고 식사시간에 식사하며 롱텀으로 가보자고. 잘 지켜보고 말하겠다고 하셨다.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시구나. 아이들과 겨우 보름 정도 생활하셨는데 성향을 정확하게 파악하셨다. 그 자체 만으로도 충분히 안심되는 하루였다.
"선생님, 고등학생이라 학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런데 지금 저는 사랑이가 친구들과 함께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기나긴 인생에서 사랑이가 즐거운 학창 시절을 갖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랍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제 입시가 코앞인데 공부가 아닌 시답잖은 급식문제를 갖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엄마는 이것이 더 중하다.
3월 한 달, 빨리 가야 된다고 아침마다 엄마를 재촉하며 고등학교를 잘 다녀준 것이 기특하다.
학교까지 거리가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운전기사를 하게 됐다. 개 피곤하지만 한 달을 잘 다녀준 것이 고맙다. 얼마 전에는 학교 내 물리동아리 인터뷰를 봤고 세상 재미있고 신나게 활동하고 있다.
4월 중간고사가 끝나면 학교에서 쇼핑몰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한다. 3월에 이 소식을 들은 사랑이는 고등학생인데 무슨 체험학습을 가냐며
"안 가면 안 돼요?"라고 했다. 이 말 한마디에 또다시 500가지 걱정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가슴이 답답해졌었다.
벚꽃이 만개한 4월, 이제는 무슨 옷을 입고 체험학습을 갈지 고민하는 사랑이.
이 모습이 그동안 기대하고 고대하던 학창 시절 소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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