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 Oct 19. 2023

의사 선생님 그러다 죽어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전 10시 예약한 진료시간이 다 되었다.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 몇 달 만에 다시 마주 본 의사 선생님 얼굴은 저녁 8시다. 온몸으로 피곤에 찌들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제도 야간수술이 있었던 걸까. 유독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경기도 그 어디에 있는 병원이다.

무릎인공관절 분야에서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의사로 동네 소문이 자자해 아름아름 환자들이 찾아와

진료와 수술 스케줄은 늘 빡빡하다.


분야가 분야인지라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령의 노인 환자들이 많다. 환자들은 연령의 특성상 좀 더 세밀하게 챙기며 설명도 천천히 해야 한다.

또한 한 번의 설명으로 이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여러 번 같은 말을 해야 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엄마의 무릎은 닳고 닳아 인공관절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다다랐고 수술할 병원을 참 많이도 알아봤다. 대학병원을 포함해 무릎수술로 유명하다고 하는 거의 모든 병원 진료를 받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이병원에서 수술하고 싶다고 하셨다.

이유는 이분에게 진료받으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2분 진료라는 대학병원의 첫 진료에서

입도 뻥긋 못해보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그 간극은 더욱 크게 느껴졌으리라.


이 병원 의사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는 환자를 대하는 친절함과 고령의 할머니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세하고 천천히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친절하다 못해 환자의 길어지는 불필요한 말들도 자르지 않고 가능하면 듣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여실히 보인다.







그래서 그런 걸까.

환자에겐 좋고 친절한 의사 선생님일지 몰라도 스스로에게 친절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자꾸 맘에 걸렸다. 물론 엄마의 주치의기에 이분이 무탈해야  맘 편히 진료를 지속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지 그런 것 만으로 마음속 오지랖이 넓어지는 건 아니었다.  순간 피곤에 찌든 지난날 내 모습이 투영되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 계속 이렇게 살면 이일 오래 못할 텐데 싶었다.

나보다 몇 살은 어려 보인 피곤초췌 그 잡채 의사 선생님.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요. 오전엔 오전얼굴로 사시면 좋겠어요. 그래야 오래도록 그 일을 할 수 있고 덕분에 환자들도 빛을 볼 수 있어요."라고말이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며 엄마가 선생님께 한마디 외친다. "몸 챙기며 하서요"

진료실 문을 닫고 나오며 "저리피곤해서 오래 하겠냐"라며 걱정이다.


나만 번아웃이 왔나 억울하고 지혜롭지 못한 것 같아 서글펐을 때 누군가 그랬다 전심을 다하지 않으면 번아웃도 안 온다고 열심히 했기에 번아웃도 오는 거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이제는 안다. 계속 그렇게 달리면 마음이든 몸이든 번아웃이 올 거라는 것을 그리고 분명 그 또한 극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주치의 선생님을 길게 보고 싶다.

다음에 볼 때는 부디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풀어 조금은 덜 피곤한 모습으로 만나고 싶다.




-사진출처: 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갈증이 오기 전에 오아시스를 찾아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