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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Nov 02. 2023

그렇게 동안이라면

가끔은 그녀처럼 살고 싶다.

1/3 은 집안일에 1/3 은 나에게 쓴다. 그리고 또 다른 1/3은 개인사업자로 살고 있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그녀는 나보다 10살 많다. 하지만 최강동안으로 적어도 10년은 더 어려 보인다.

볼 때마다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외모가 마음속 굴욕을 안겨주기도 한다. 처음 만나 인사하고 나이를 알게 되었을 때 기겁하고 놀랐다. 그녀의 동안에 비해 너무 정직한 내 얼굴에 말이다. 타고난 동안이라 생각했었다. 그때까지는.


몇 달에 한 번 관련 일로 그녀와 소통이라는 것을 하고 업무정리를 해야 할 때가 온다. 좀 삐걱거렸어도 처음 몇 번은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아니 그럴 수는 없는데 실수했나 보다 했다. 하지만 실수가 반복되다 보니 한치의 오차를 싫어하는 나와 늘 오차와 함께한 그녀가 미팅할 때는  속만 뒤집어진다.


같은 내용을 메일로 깨톡으로 그리고 확인 통화까지 몇 번을 한다. 그러고 나서도 결과를 받아보면 여지없이 뭔가 또 빠져있다. 이런 류의 인간은 딱 질색이었다. 한 가지 내용을 몇 번에 걸쳐 말하게 하는 것도 실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노력해서 받은 결과도 골다공증 걸린 뼈마디 마냥 구멍이 숭숭이다.

아니 이렇게 10년이나 어떻게 먹고살았단 말인가. 그동안 털면 먼지 없도록 무던히 애쓰며 일이라는 걸 해온 내가 아주 바보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분통 터지고 이해하기도 싫었다.


그나마 열을 식히고 다시 통화를 하면 돌아온 대답은 늘 여유롭다. " 아니 그렇게 요청한 걸로 확인해서 했는데요~" 난 결코 그렇게 요청한 적이 없다.

" 대표님, 메일과 톡에도 분명히 기재했고 저랑 통화도 했는데요. 다시 확인해 보세요."

내가 보낸 깨톡에 그녀는 답도 했다. 떡하니 알았다고.

그러면 돌아온 대답은 여지없이 "죄송해요"란다.  





그래서 이 여잔 동안이었던 건가 싶었다.

마음에 조급증이 노화를 불러온다면 기꺼이 버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저 정도 동안이라면 오차 있고 구멍 좀 있음 어때.라는 부러운 맘도 품었다.


최근에 같은 일로 다시 여러 번 실수를 했다. 당장 처리 해야 하는데 몇 번의 요청에도 오류투성이 결과를 받아 드니 쓰나미가 밀려온다. 그런데 이번에 돌아온 대답은 "죄송해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이일과 저는 안 맞나 봐요. 저에게 너무 자괴감이 드네요."였다. 

그녀 정신은 항상 없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얼마나 답답했으면 자괴감이라는 말을 할까 싶었다.

번번이 여러 차례 신경 쓰게 만들고 시간은 시간데로 허비하게 만든 극악무도한 그녀의 예상 못한 솔직함에 당황했다. 본인 적성까지 따져가며 고해성사하는 그 모습이 싫어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 하지 않았던가.

살면서 적당히 둔탁하고 대충 구멍 있고 너무 힘들면 고해성사도 할 수 있는 정도면 좀 더 동안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숨구멍을 갖고 동안으로 사는 것이 오차 없이 노안으로 사는 것보다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간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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