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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Nov 09. 2023

춤추는 도시락

가족의 삼시 세끼를 챙긴다는 건 엄마로서 보람되고 뿌듯한 일이다. 하지만 준비는 참으로 고되다. 하루 세끼식사가 얼마나 무거울 수 있는지는 아이들 방학이 되면 특히 더 절절히 느낀다. 나는 무슨 조화인지 방학 아닌 비시즌에도 삼시 세끼의 희로애락을 맛보고 있다.


사랑이가 고등학교에 무사히 입학해 1학년을 마무리해 나가는 시점이다.  하지만 입학하자마자 학교 점심이 맛없다며 굶기 시작했다. 배고프면 제풀에 지쳐 먹겠지 했지만 기대는 허사였다. 어르고 달래고 윽박도 질러봤지만 여전히 점심은 패스다.


저녁만이라도 와서 먹으면 좋으련만 집까지 오기 귀찮다며 스카로(스터디 카페) 바로 가버린다. 지켜보다 못해 점심과 저녁 두 끼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학교를 잘 다녀준 사랑이가 대견스러워 하루 두 끼가 고단했지만 말로 하진 않았다. 그러나 두 개의 도시락은 생각보다 중노동이다.


요리 못하는 에미는 등에 땀이 나고. 스카까지 시간 지켜 배달하느라 맘도 분주하다. 피곤과 귀차니즘이 올라올 때면 신속 정확한 배달음식도 가끔 섞는다. 그러다 이놈의 새끼 키우기 정말 고되다.고 한풀이도 해본다. 하지만 깨끗하게 비워진 도시락을 보면 셔틀을 멈출 수 없었다.


다이소에 가면 나름 간지 나는 보온.보냉까지 되는 도시락 가방이 있다.  여기에 마음을 담아 스카 주차장에 도착하면 저 멀리 유난한 사랑이가 보인다. 그러면 엄마는 코믹 막춤을 둠칫두둠칫 나름 과하지 않게 추며 다가간다. 지루한 일상에 힘내라 응원이기도 사랑표현이기도 하다. 정작 주인공은 창피하다며 가까이 오지 말라며 밀어낸다. 하지만 상승하는 입고리를 감출 수 없는지 아주 싫은 표정은 아니다.


다시 스카로 들어가기 전 사랑이는 차가운 손으로 엄마 손을 뜨겁게 꼭 잡아준다. 그리고 "엄마는 부모잖아요. 그래서 오래 살 의무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도시락 고행은 언제 끝나나 했는데 셔틀을 끝내 멈출 수 없음을 알아 버렸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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