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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Nov 16. 2023

 부부의 동상이몽

워커홀릭이었던 엄마. 어렸을 때 내가 본 엄마는 저렇게 일만 하다 죽지 싶었다. 단둘이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거의 없다. 당신의 분주한 하루에 말 붙일 시간이 여의치 않았었다. 어린아이 눈에는 그저 일에 치였던 인생으로만 보였다.


고단하고 바쁜 젊은 시절을 지나 자식들이 성인이 되자 나이 오십 넘어 고향을 떠나 생전 해보지 않은 장사라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운영한 식품가게도 세월이 흘러 정리한 지 2년 남짓이다. 엄마는 몸이 망가져가도 맘껏 쓰지도 못할 돈이주는 달콤함을 마지막까지 놓지 못했고. 아빠는 나를 만나 한평생 일만 하다 죽게 생겼다며 남은 노년은 엄마가 살고 싶은데로 살다 가게 하고 싶다며 도시를 향한 미련을 접고 엄마가 좋아하는 시골로 다시 내려갔다.


여기서부터 부부의 삶은 동상이몽 시작이다.

유유자적 놀고먹고 운동하며 간혹 관광버스에 몸을  흔들기도 하는 삶을 꿈꿨던 아빠와 다르게 일을 접고 1년 남짓 병원 투어를 마친 엄마는 다시 손바닥만 한 땅을 사들인다. 그리고 마치 다친 몸을 재정비한 아이언맨 처럼 강렬한 눈과 입으로 아빠에게 계속 이렇게 살 거냐며 무언의 압박을 준다.


놀 줄 모르는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작고 큰 꿈이었다. 하지만 삶에 치인 나와 늘 바쁜 엄마에게 그럴만한 여백이 허락되지 않았었다. 이제 좀 시간을 내보나 했더니 또다시 땅을 사버린 엄마

그녀는 절대 그 땅을 놀게 두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팔. 다리는 매일 힘차게 움직일 거라는 것도.






엄마는 한가한 노년에서 끝내 별의미를 못 찾으신 것 같다. 평생 놀지 못했으니 방법을 모르고 갑자기 노느니 적응하기도 어색한 상황으로 보였다.

곧 80을 바라보는 엄마는 이제 그 여유라는 것을 둘러보고 배울 생각도 없으신듯하다.


자식으로서 불편함과 남편으로서 미안한 마음들로 제발 좀 가만히 있으시라 반대했었다.

하지만 무, 배추, 시금치, 고추, 파 등을 길러 그것들을 내다 파는 것이 좋다고. 즐겁다고 하셨다.

나는 그렇게 살거라 한다. 물론 그것들을 기르기 위해 들어간 비용과 노력이 더 많으므로 그리한들 남는 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나름의 행복이 다름에 당신에게 맞는 즐거움이라면 이제 응원드리고 싶다.

   

물론 도시를 좋아했던 남자는 덕분에 거의 매일 강제 노역 중이다. 인생에 확실히 공짜는 없다.

젊은 시절 모든 걸 남편에게 맞췄던 여자는 그 삶을 노년에 돌려받고 있다. 시골 프리랜서의 삶을 추구하는 여자에게 모든 걸 맞춰주길 시작했다.


엄마, 그냥 좀 멍하게 창밖을 보는 것도.

할 일 없이 공원을 거니는 것도.

시답잖은 소리를 해 데는 것도.

삶에 있어 그 모두 다 행복한 일이에요.라고 속삭이고 싶으나 그냥 삼킨다. 다만 하루 일과 중 엄마에게 달콤한 일도 꼭 끼워 넣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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