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알못 엄마의 사랑고백

새벽밥상 세레나데

by 도도

월, 화, 수, 목, 금 한주 즐겁고 힘들고 치열하게 보낸 가족들에게 "금요일 저녁은 뭐 먹고 싶어?"(더불어 엄마도 금요일 저녁은 좀 쉬자.)라고 물어보면 매번 같은 답이 돌아온다.


"저녁 뭐 먹을래?"

"오늘 저녁은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맛있는 거 뭐 먹고 싶은데?"

"엄마가 한 음식 말고요" ㅡ.ㅡ ;;;

첫째와 둘째는 한마음 이구동성 말한다. "맛있는 건 배달이죠~"라고.


원더우먼 슈퍼파월 엄마들은 휘뚜루마뚜루 1시간 요리하면 3-4가지 반찬이 나오던데, 난 겨우 한두 가지 음식이 나온다. 땀은 바가지로 흘리는데 말이다. 요리에 재능도 소질도 없다. 다만 열심히? 할 뿐이다.

(아이러니하게 유튜브는 죄다 요리하는 것만 본다. 다만 아웃풋은 없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아닌가 보다.) 요리에 소질 없는 엄마는 밥 차리는 일이 버겁고 힘들다. 간혹 유튜브보고 새로운 음식을 도전하나, 다시는 이런 음식 하지 말아 달라는 원성이 자자하다. 그래, 난 요리 더럽게 못하는 엄마다.





저녁식사시간 한참을 지나서 들어오는 딸. 새벽 1-2시가 기본이다. 하는 짓마다 미웠다. 너야 먹고살든 굶고 살든 상관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도 딸은 조용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김없이 냉장고 문을 열고 '삐삐삐' 울어대도록 한참을 뒤진다. (보통은 뒤지다 뒤지다 만두, 냉동볶음밥, 라면 등을 꺼내먹고 잠이 들었다.)


거실에서 기다리다 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안심하고 진짜 잠을 잘 수 있었다. 자는 척 실눈을 뜨고 냉장고를 뒤지고 있는 딸의 뒷모습을 한참 지켜봤다. 그때 '너도 참 외롭겠구나' '크느라 힘들겠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스쳤다. 미워죽겠는 뒷모습이 말했다. "엄마, 나도 혼자서 힘들고 외로워요."라고. 그리고 그날부터 새벽밥상을 차려줘야겠다. 다짐했다.


저녁식사 후 하루 일과를 정리한 다음 가족들이 잠들면 다시 딸의 밥상을 차린다.

요리는 최선을 다하지만 솜씨가 부족한지라 데코에 의지해 본다. 데코도 잼병이지만 딸이 어떻게든 이 밥상을 잘 먹어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파슬리가루, 통깨, 가루치즈, 야채, 과일 등으로 그동안 유튜브에서 섭렵한 온갖 기교를 모두 동원한다. 그릇 보는 것이 취미라 때마다 하나씩 사놓은 아기자기한 그릇들 총출동해서 음식맛을 커버하도록 열성을 다한다. 그리고 원목으로 된 사각트레이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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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리릭- 딸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고 냉장고로 향해가던 발걸음이 평소와 다른 식탁 앞에서 멈춘다.

음식덮개를 열어보는 그 순간 실눈 뜨고 지켜본 내 마음은 콩닥콩닥이다. (안 먹고 들어가 버리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딸이 트레이를 들어 올린 순간 너무 기뻤다.(아, 먹는구나.) 엄마가 전한 마음을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그다음 날 보니 그릇이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야호!) 요알못엄마는 계속해서 딸의 새벽밥상을 열심히 차렸다. "엄마는 너를 사랑해" " 많이 많이 사랑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이야" 이런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생활하기를 몇 달이 흐르던 중 딸의 귀가 시간이 조금씩 빨라졌다. 처음에는 이게 머선 일 인가했다. 그리고 점점 엄마 맘 편한 시간에 귀가하는 날이 많아져갔다. 어느 날 외출하려고 나서던 딸은 잠시 멈칫하더니 "잘 먹었어요" 이 한마디 툭 내뱉고 나간다. 마음이 기쁘기도 슬프기도 고맙기도 감사하기도 하다. 일곱 색깔무지갯빛이다. [마음의 소리]가 통한날이다.


마음을 알아주는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다. 그것만이 당시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알사탕(백희나작가)이라는 동화책 속 주인공 동동이는 우연히 오묘한 사탕을 먹고 난 후 아빠의 사랑하는 마음과 8년 동안 함께한 강아지 구슬이의 마음을 듣을 수 있게 되었다. 엄마와 딸에게 새벽밥상은 그렇게 알사탕이 되어주었다.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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