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주 Sep 30. 2020

환갑이 넘은 아빠는 열 평 원룸에서 살고 있다.

아빠의 시간: 프롤로그



프롤로그.


뉴스 소리와 섞여 들려오는 아빠의 시간은 밤 열한 시라고 했다. 

짧은 안부를 주고받는 통화 속이지만 각자 다른 시간을 달리고 있음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우리는 서로의 공간을 알지 못한다. 집의 생김새와 크기, 어떤 동선으로 지내고 있는지 모른 채 지낸지도 벌써 7년이 되어 간다. 문득 배경음으로 들려오는 티브이의 위치가 궁금해 묻고 싶었지만 의미 없는 일이란 생각에 이내 짧은 숨으로 내뱉어버리며 포기하고 만다. 


쉴 새 없이 지나고 있는 시간의 틈으로 쌓이고 쌓인 그의 눈가 주름도 가늠하지 못한 채 목소리로 추상할 수 있는 시간들에 일단은 만족하며 살아가는 지금이 우리가 그려나가고 있는 가족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오랜만에 받은 아빠의 손 편지에는 죄책감을 덩어리채 안고 살아가는 괴로움이 잔뜩 묻어나 보였다. 채 가시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와 차마 내려놓지 못한 엄마에 대한 미련까지 그는 긴긴 시간 가족이 파괴된 행위의 주체라는 죄책감으로 범벅이 되어 살아가는 듯했다. 


정돈되지 않은 다짐들로 새 삶을 포장해보고 싶었던 의지는 너무나 날이서 있어 투지로까지 보였다. 그의 문장 하나하나를 고쳐줄 필요가 생겼다. 내가 개입되지 않았던 아빠의 시간들을.


환갑이 넘은 아빠는 열 평 남짓한 원룸에서 살고 있다. 




성주. 





매거진의 이전글 곰방대 문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