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식물과 잡초의 싸움

목동정원담(談) - 도시 속 작은 숲 이야기

by vivid

정원에 심겨있는 식물이 뭐가 뭔지 모르던 초봄, 꽃보다 빨리 올라온 건 잡초들이었다. 이미 지난 가을 한껏 자라난 잡초가 겨우내 말라서 갈색의 마른 잡초더미가 된 걸 깨끗하게 긁어내지 못해 마음이 찝찝했는데, 그 아래에서 새로운 잡초가 벌써 올라오니 그게 그리도 싫었다. (사실 잡초인지 잔디인지 헷갈린다. 잔디도 조금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듬성듬성 머리빠진 것처럼 나는 잔디도 싫었다)


식물을 익히면서 알게 된 지피식물. 땅을 덮으면서 줄기가 사방으로 자라나 잡초가 자라지 않게 해주는 식물 종류를 말한다. 아주 공들여 골랐다. 백리향과 멕시코 데이지 그리고 아주가를 주문했다. 5개의 백리향 포트는 데크 아래 한 줄로 줄지어 듬성듬성 심었고, 아주가는 정원석 사이 흙에, 흰꽃과 핑크꽃이 랜덤으로 피어나는 귀여운 멕시코 데이지는 중앙 구역 틈새에 줄지어 심어줬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보니 백리향은 너무 많이 퍼지면서 자라서 몇 해 지나면 오히려 뽑아버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한번에 너무 많은 백리향을 심지 말라는 조언도 있었다. 아주 만족스럽게 데크 아래를 소담스럽게 채워가고 있다. 멕시코 데이지도 좁은 구간이지만 귀엽게 꽃이 피어나며 점점 존재감을 만들고 있었다.


가장 먼저 잃게된 건 아주가였다. 배송 받을 때 이미 꽃이 피었다가 진 상태라 내년에 꽃을 보고 싶었는데, 옮겨심은 곳을 못보고 내가 자꾸 밟는 바람에...RIP... 미안해


빛이 뜨거워지고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본격적으로 잡초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백리향이 가득했던 구역에는 구석구석 잡초가 자라나 삐죽하게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름모를 잡초는 키가 크게 자라고 바닥에는 자그마한 클로버가 땅을 덮으며 자라났다. 잡초를 뽑아달라고 백리향이 부탁하는 것만 같았다.


다음, 멕시코 데이지는 아예 잡초에 사로잡혔다.. 잡초를 뽑고 싶은데 자꾸 데이지 꽃이 꺾일 정도로. 옆으로 길게 데이지가 뻗어나가길 기대했는데, 억센 잡초 뿌리와 줄기에 가로막혀 내가 심어준 그 구역에만 힘없이 머물러 있다.


애들아 올해는 내가 도와줄테니 좀 더 힘을 내봐. 내년에는 더 활약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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