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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an 07. 2021

난리났네. 난리났어!

: 예술인 고용보험에 대한 짧은 생각.


요즘 영화판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예술인 고용보험'이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는 퇴사 전인 12월부터 수차례 전화를 받았었다.


"12월 10일 이후에 크랭크인을 하는데... 그럼 배우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해요?"

"배우의 경우, 매니지먼트와 계약 진행을 기 때문에 배우가 받는 실수령액을 알 수가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요?"

"요즘 일이 없어서 여기저기 지원을 나가고 있는데.... 저도 고용보험료를 떼야해요?"

   

그렇다. 2020년 12월 10일부터 이제 고용보험이 '선택'이 아닌 '강제적'으로 적용되는 법적 의무사항이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지금 영화판은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자료출처 : 유 퀴즈 온 더 블록


아래 내용들은 몇몇의 제작실장들과 백분토론이라 논할 만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내용으로,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들입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이 대체 뭐길래


'그럼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이제 무조건 고용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렇다.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대상'부터 이야기면 '근로자'가 아니면서, 예술인 복지법 제2조 2호에 따른 예술인 혹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작, 실연, 기술지원 등의 활동을 하는 사람.

예술인 복지법에 따른 '문화예술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앞으로 고용보험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되었다.


'그럼 이젠 쉬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으니 좋은 거 아니야?'

그렇다. 분명 정말 좋은 거다. 하지만 이 좋은 거에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난리가 났다.

표준 근로계약을 처음 시작할 때도 여러가지 논란의 소지는 많았지만... 그럼에도 '적용대상'만큼은 명확했다.

하지만 '예술인 고용보험'은 '적용대상'이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리하여 지금부터 가장 많이 이슈가 되고 있는 두 가지 질문만 이야기를 해 볼 예정이다.


첫 번째) 10억 받는 배우고용보험료를 내야 해?

그렇다. 하물며 청약을 신청할 때도 '소득'이 기준이 되는데... 고용보험의 경우는 위에 언급한 '적용대상자'라면 누구나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은 출연료를 받으며 버티고 있는 단역배우들경우, 언제까지 쉬게 될지 몰라 언제 고용보험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건지 알 순 없지만... 어찌됐든 정말 필요해지는 순간 쓸  있는 보험이 생겼으니 든든한 일이지만... 영화든, 드라마든 대부분의 '주연배우'는 출연료의 최소 단위가 '억'이다. 그러니까 최소 억을 받는 배우들도 '고용보험료'를 내야 한다. 아니, 내줘야 한다.    


주연배우의 '고용보험료'를 제작사가 내줘야 한다고?

그렇다.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주연배우의 출연료가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높더라도 '선택'이 아닌 '강제' 지급대상이니 '고용보험료'는 야 한다. 기까지는 OK. 그럼 얼마를 내야 할까?

예술인 고용보험료는 기준 소득- 배우의 경우는 출연 계약금의 1.6%(예술인 0.8%+제작사 0.8%)를 제작사가 공단에 내야 한다. 그런데 여기부터 또 문제!! 주연배우들의 경우는 대부분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있다.


과연 어떤 매니지먼트가 '고용보험료' 때문에 배우와 회사 간의 지분율을 제작사에 공개할 수 있겠는가?

절대 안 한다. 그건 입고 있는 속옷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러다 보니 결국 제작사는 전체 계약금을 기준으로 고용보험료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 배우에 따라 매니지먼트와의 지분율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전체 계약금과 배우가 실 수령하는 금액의 차이만 해도 대기업 간부의 연봉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도 전체 계약금으로 지불하는 게 말이 되냐고? 배우가 캐스팅돼야 영화든, 드라마든 시작할 수 있으니 말이 안 돼도 어쩔 수 없다.


그러지 말고 계약서를 작성할 때 매니지먼트가 '고용보험료'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하면 어때?

물론 그렇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 매니지먼트는 이야기한다. 그럼 돈을 더 줘! 결국 금액은 점점 더 올라간다. 혹여 매니지먼트가 'OK, 그럼 우리가 알아서 할게!'라고 합의가 되어 계약을 했다 하더라도... 만약 그 매니지먼트에서 '고용보험료'를 지불하지 않아서 문제가 될 경우, 그 책임은 제작사가 지게 된다. 그러니까 결국 선택은 '제작사'의 몫이다. 그냥 내주던지! 믿고 맡기던지!! 차후에 이슈가 되던지!!!


그럼 도대체 어쩌라고?

어떡하긴. 계속 말하고 있지 않은가? 고용보험은 이제 '선택'이 아닌 '강제'인걸. 말이 안 돼도 영화든, 드라마든 시작하기 위해선 내줘야지 별수 있나!  


두 번째) 일용직(=지원, 아르바이트)의 경우도 '고용보험'에 들어줘야 해?

그렇다.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미만인 경우는 가입이 제외되지만... 둘 이상의 계약을 체결해서 월평균 소득이 50만원이 넘을 경우 ‘예술인의 직접 신청’에 의하여 가입이 가능하다. 즉, 예술인은 근로자와 달리 둘 이상의 사업장에 동시에 고용되는 이중 취득이 가능함으로... 여러 작품들의 지원(=아르바이트)을 나가서 월평균 소득이 50만원 이상인 경우 고용보험'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


단, 여기에 또 문제!! 예술인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유형이 있다.

용역수행의 지휘, 감독관이 있는 자의 지시에 기계적인 노무. 즉, 단순 제작, 운송, 조작, 진행, 설치, 철거,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경우는 제외다. 그러니까 주연배우의 고액 '고용보험료'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사항이라면, 지금부터가 진짜 '주관적인 싸움'의 시작이다.


조명팀 지원은 기술직으로 '적용대상'이 될 수 있지만, 소품팀 지원은 단순 노무로 '제외대상'이 될 수 있?! 

이게 무슨 말이냐고? 조명팀의 경우, 지원을 나올 경우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장비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고로 조명팀은 기술직이다. 그러므로 '예술인 고용보험'의 일용직 '적용대상'이 된다. 하지만 소품팀 지원의 경우, 세트장에 소품을 옮기기 위한 인원으로 나왔다면? 위에 언급한 단순노무로 '적용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그럼 제작, 연출 지원은? 당연히 제외대상이지. 그게 말이 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벌써부터 흥분하면 안 된다. 이게 말이 안 된다는 건 모두 아니까! 자, 그럼 다시 질문!  

무술팀에서 액션씬 촬영을 위해 와이어를 당기기 위해 촬영 현장에 왔다면 적용대상일까? 제외대상일까?

발전차 기사는 라인을 설치하니까 적용대상인데 분장 버스기사는 버스 운전만 하기 때문에 제외대상이라고? 분장 버스기사도 분장팀이 일하기 위해 필요한 제반을 만드는데?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고 들기 시작하니 '일용직에 관한 적용대상자'는 지극히 주관적인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 부분을 가지고, 우리들끼리 계속 이야기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래서 노무사와 고용보험공단 물어봤다. 결과는? 그저 눈만 멀뚱멀뚱 뜨고 쳐다볼 뿐이다. 도대체 어쩌라고!!


그렇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일 화가 나는 건... '예술인 고용보험'이라는 게 불안정한 고용불안 속에서도 버틸 수 있도록 만든 법일 텐데... 결국 예산은 한정되어있고, 액의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부터 어쩔 수 없이 내줘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다 보니... 당연히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또 논의의, 싸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지금 영화나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는 제작팀들은 그저 떨어지는 불똥을 그대로 받아내고 있을 뿐이다.

 



결국 상처 받는 사람이 또다시 우리가 아니기를.


다시 백수가 된 지 6일째다. 다시 백수가 되고 나서 가장 아쉬운 게 있다면 역시나 실업급여다.

영화일을 할 때는 근로계약이 표준화되어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적용받았지만... 드라마일을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지키게 된 52시간 촬영'만으로도 허둥대고 있었기에 4대 보험은 커녕 '고용보험'만이라도 가입해달라는 나의 요청은 제작피디 선에서 바로 정리되었었다.


그리하여 9개월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일을 했지만... 다시 백수가 된 지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로 인해 언제 다시 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이 뒤숭숭한 시국에 나는 '실업급여'도 없이 그저 버텨야 한다.

'실업급여'라는 게 안 받을 때는 그 대단함을 모르지만, 받아보면 프리랜서에게는 더없이 좋은 혜택이기에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타이틀은 매우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적용대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무작정 내놓기만 하는 정말 너무했다.


하다못해  백종원의 골목식당만 봐도 요식업의 기본은 잘되는 집에 찾아가서 그 이유를 직접 알아보는 것이다. 이게 비단 요식업뿐 아니라 모든 일을 시작할 때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그런데 '선택'이 아닌 '강제'가 되는 법규를 만드는 데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이라는 타이틀에만 현혹되어 이 법안을 내놓기에만 급급했지 정말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 보기나 한 건지 의심스럽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수 없듯이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법안은 더더욱 힘들겠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필요에 의한 법안으로 계속 수정해 가면 좋겠다. 

그리고 지금은 이 난리 속에 결국 상처 받는 사람이 또다시 우리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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