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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May 21. 2021

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걸까?

: 일 잘하는 사람들이 더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길.


크랭크인을 앞두고 갑자기 그만둔 사람을 대신해서 '대타'로 4달짜리 짧다면 짧은 일을 시작했다. 영화일을 한지 십 년이 넘었고, 그만큼의 경력이 쌓였고, 작품은 다르지만 매번 비슷한 일을 하는 거니 누군가는 '누어서 떡먹기'처럼 쉬운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의 '대타'로 일을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오랜 시간 믿고 지낸 사람의 부탁이었기에 처음 해보는 '대타'를 고민 없이 수락했지만...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속담처럼- 믿었던 만큼 더 상처 받기를 수십 번! 10년을 알아온 관계라도 무너지는 데는 1시간도 안 걸릴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고, 그만두려고 여러 번 생각했지만... 다섯 달 같은 한 달이 지나고 나니 이렇게 커피숍에 올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오랜만에 오는 커피숍만큼 '브런치 글쓰기'가 낯설게만 느껴지지만 오늘도 '왜 그런지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왜 일을 잘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는 걸까?"


요즘 들어 부쩍 많이 하는 생각이다. 일을 하다 보면 종종 보게 되는데...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편하게 일을 한다. 왜? 일을 못하니까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일을 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네가 일을 잘하니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거야-!"

>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은 일들이 세분화/분업화되면서 하던 일들만 계속하게 되는데 그렇게 하던 일만 하면서 경력이 쌓이면, 새로운 작품에서 새로운 일을 하게 됐을 때- 경력은 쌓였지만 결국 할 줄 아는 게 하던 일밖에 없으니까 바보 인증을 하게 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쟤 일도 내가 하고, 네 일까지 가 해야 하는 이유가 되진 않잖아?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니까!!

쟤 할 일도 하고, 네 할 일도 하고, 내 할 일도 한다.

그러다 보면 일을 쳐내고 쳐내도 뒤돌아보면 계속 쌓여있다.

그러다 보면 사람인지라 어쩔 수 없이 실수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어이없는 건-

일을 못하는 사람은 원래 하던 일을 무사히 끝내기만 해도- '아이고. 고생했다. 이젠 실수 안 하네?'라며 칭찬을 해준다. 단지 원래 하던 일을 실수하지 않은 것뿐인데?!

그런데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어쩌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그동안 잘했던 일에 대한 칭찬은 한 적이 없던 사람들이 '너는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두는 거야? 이게 힘들어?' 라며 질책을 해댄다.


도대체 왜 그럴까? 분명 어딘가 잘못된 거 같다. 그런데 이 생각은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하게 되고, 또 보게 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일을 잘하는 사람은 본인의 능력을 자책한다.

"제가 많이 부족한가 봐요"

"네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네가 니 능력 이상의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야"


내 일이 아닌 남의 일이지만-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 그런데 더 억울한 건 화가 난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다는 거다. 대충 하는 것도 안된다. 그렇게 몸은 습관처럼 쟤 할 일도 하고, 네 할 일도 하고, 내 할 일도 한다. 그렇게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꾹 참고 일만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웃는 일이 적어진다.

 

"일은 잘하는 거 같은데 너무 어두워"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일을 잘하는 사람이 죽어라 일만 하고 결국 듣게 되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말까지 듣다 보면 아무리 영화일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도 결국 지쳐서 영화판을 떠난다. 그리고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살아 남아 쉬지 않고 일을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없진 않다. 오히려 답은 너무 쉽다. 일을 시키는 사람- 일을 나눠주는 사람-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이 잘하면 된다. 언제까지 막내인 사람은 없고, 결국 일을 하다 보면- 누구라도 진급을 하고, 팀장 혹은 실장 등의 타이틀을 갖게 된다.


그럴싸해 보이고, 힘도 있어 보이는 타이틀이 생기고 나면, 시키는 일만 하던 사람에서 일을 시키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일을 시키다 보면 결국 일을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때 모두가 일을 잘하면 좋겠지만  분류로 나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일을 못하는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것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주는 게 덜 화가 난다. 덜 수고스럽다.


이때 타이틀을 가진 팀장 혹은 실장이 더 수고스럽더라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나눠준다면- 일을 잘하는 사람이 번 아웃되어 그만두는 일은 없을 거다. 그런데 이렇게 당연하고도 쉬운 해결방법이 있음에도 일을 잘하는 사람만 계속 일을 하게 되는 이유는! 타이틀을 가진 팀장 혹은 실장  수고스러운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쩌면 앞에서도  했듯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떠나고,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남아서 팀장 혹은 실장이 되니까 결국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조금이라도 덜 반복되게 위해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아서 일 잘하는 사람들이 더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된다. 그런데 그러면 일 잘하는 사람들은 막내부터 타이틀을 달아서까지 더 수고스러운 선택만 해야 하니 이건 이거대로 너무 가혹하다. 


그래서 일을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중간즈음에서 버티다보니 타이틀을 갖게 된 라도 더 수고스러운 선택을 하는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보지만 내 몸이 힘들면 금세 잊어버리곤 한다. 그러나 금세 잊어버리면서도 또 다짐한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에게 더 힘이 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오늘도 일을 못하는 사람들이 쉬는 동안, 힘들게 그 일들까지 대신하고 있을 일 잘하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당신은 분명 일을 잘하는 사람일 거다.  당신을 위해 더 수고스러운 선택을 해주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부디 지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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