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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May 26. 2021

몰라도 너무 몰라

: 죄를 짓고 살지 않으려면 계속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애를 잘라야 할까 봐요. 몰라도 너무 몰라요"

"애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애니까 가르치면 되잖아?"

"네?"

"윗사람이 몰라도 너무 모르면 어떨 거 같아?"

"............ 괜찮으세요?"

"죽을 거 같아. 화가 나서"


'몰라도 너무 몰라'



직장생활을 하다 불쑥 영화 현장에 와서 몰라도 너무 모르던 코흘리개 시절! 만난 실장님이 있었다. 그녀는 영화 마케팅 쪽에서는 방귀 꽤나 뀐다는 높은 위치였지만, 영화 제작을 하고 싶다며 대표를 설득하고는 갑자기 우리 현장에 불쑥 떨어진 낙하산이었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그녀는

제법 나이가 있었는데도 한참이나 어린 친구들에게, 후배들에게 서슴없이 묻고, 질문을 해 댔다.

그리고 당시 뭘 물어봐야 할지조차 모르는 막내였던 나에게 늘 말하곤 했다.


"모르면 물어봐.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더 창피한 거야!"

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몰랐던 것들을 배워가는 그녀를 사람들은 불편해했지만, 막내였던 나는 그녀 곁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그리고 경력이 쌓이면서 그때의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큰 용기를 냈었을지 생각해 보게 됐다. 그때의 그녀는 누군가에게는 불똥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때 그녀의 위치가 되어서도 문득문득 이렇게 그녀가 생각나는 이유는

일을 하다 보니 그녀처럼 제대로 알려고 하기보다 '아는 척'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다른 파트에 있다가 '제작'이 하고 싶어 뛰어들어도

오랜 시간 현장 경험을 쌓고,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어도

알고 있던 것과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실제로 부딪혔을 때 다른 경우가 더 많다.


특히나 영화라는 직업이 더 그렇다.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아 보일지만 들여다보면 똑같은 작품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아도 늘 묻고, 확인하고, 고민해봐야 한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그게 늘 진리는 아니다.




사실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는 물어보는 게 더 힘들다는 걸 안다.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나를 무시할 까 봐.

하지만 매번 작품이 끝날 때마다 공통적으로 느끼는 건

어릴 때는 모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가르쳐 줘야 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시작하는 위치에서 모르는  배우면 되지만 책임지는 위치가 되었을 때 모르는 건.... 죄다.

그리고 자기가 모른다는 걸 모른다는 건 더 큰 죄다.

그러므로 죄를 짓고 살지 않으려면 계속 배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르면 물어보자.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게 더 창피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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