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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Aug 20. 2021

네가 제일 꼰대야!

: 젊은 '꼰대'들에게 하고 싶은 말.


'요즘 애들하고 일하기 너무 힘들어요'


내가 생각하기에 아직 '요즘 애들'인 후배로부터 '요즘 애들'이 힘들다며 연락이 왔다.(후배는 한참 촬영 중인 영화의 제작실장이다.) 후배가 처음 제작실장 일을 할 때는 이런저런 걱정들 때문에 다소 강압적으로 팀원들을 대했는데 경력이 쌓이고, 여유가 생겨서인지 지난 작품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방식을 반성하게 됐고, 이번 작품만큼은 제작부장이 알아서 진행하도록 믿고 지켜보기로 다짐했었단다. 물론 곳곳에서 일들이 터지고, 좋지 않은 말들이 나왔지만 어찌 됐든 수습할 수 있는 일들이었기에  참고 또 참았는데....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겼다고.




'저런 꼰대들하고 일하기 정말 힘들어요'


며칠 전, 후배가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가는 바람에 유일하게 확인헌팅을 못 간 장소에서의 촬영이 있었다. 도로에서의 촬영인지라 걱정이 돼서 전날까지 제반사항을 확인하고, 아침 일찍 촬영 현장에 도착해서 이런저런 체크를 하고 있는데, 감독이 얼굴을 붉히며 후배를 불렀다.

"A가 안된다는 이야기를 내가 왜 현장에 와서 들어야 하지?"  


알고 보니 확인헌팅 때, 감독은 A의 섭외가 안 될 경우 대안으로 B에서 찍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단다. 그리고 촬영일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자 감독은 당연히 A에서 촬영을 하는 줄 알았던 거다. 그러니까 A의 촬영이 안된다는 이야기를 아무도 감독에게 하지 않은 거다. 후배는 상황을 알고 놀랐지만... 일단 A를 확인했고, 다행히도 안된다고 했던 A를 섭외 후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무사히 끝내고, 감독과 키스탭들에게 한소리 들은 터라 못마땅한 얼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던 제작부장을 불렀다.

"왜 A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A가 안되면 B에서 찍는다고 했어요!"

"그럼 A가 안되니 B에서 찍어야 한다고 말을 했어야지!"


"하아..... 저런 꼰대들하고 일하기 정말 힘들어요"

"뭐?"

"궁금한 사람이 물어보면 되지 않나? 왜 꼭 제가 먼저 가서 이야기해야 해요?"

"이부장.... 네가 제일 꼰대야!"


후배는 단전에서부터 화가 올라왔지만, 꾹꾹 누르고... 제작부장에게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저들이 '꼰대'라서가 아니라, 너를 믿었으니까 묻지 않은 거야!"

"네?"

"너는 일을 할 때 1부터 10까지 내가 하나하나 다 체크를 하는 게 좋니?

".............."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기 시작하면 그건 네가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거잖아. 물론 저들이 네가 말하는 '꼰대'일 수 있어. 하지만 너를 믿고 당연히 A를 섭외했다고 생각하고 묻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 네가 한 실수를 저들이 '꼰대'라는 핑계로 변명하지 마. 오늘 일은 분명 네가 잘못했어"

"........ 실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그런가 보죠"




'저도 진짜 꼰대인가요'


"하아. 1시간이 넘게 붙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가 보죠- 라는 말을 들으니까 어이가 없더라고요"


후배로부터 '꼰대'보다 더  '꼰대'같은 제작부장에 대해 들으면서 나도 얼마 전 촬영이 끝난 작품의 제작부장 이야기를 꺼냈다. 일을 하면서 팀원들에게 모든 상황을 설명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시키는 일들만 하다 보니 팀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위태로워 보였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제작부장에게 팀원들에게 조금만 친절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건넸다.


"제가 밑에 애들 눈치까지 봐야 해요?"

"응? 눈치를 보라는 게 아니라... 너도 팀원일 때, 부장이나 실장이 그렇게 하면 힘들지 않았어?"

"안 그랬는대요? 저는 애들 눈치 보면서 일 못해요!"

기분 나쁘다는 듯 내뱉고 돌아서는 제작부장을 보면서 내가 괜한 말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돼서 해준 말인데... 그 정도는 선배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 아니에요?"

"그건 네 생각이고, 그  제작부장한테는 내가 그냥 싫은 소리를 하는 '꼰대'처럼 느껴졌던 거 같아"

"걔가 더 꼰대 같아요... 요즘 애들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요즘 애들 요즘 애들 하지 마. 너  진짜 꼰대 같아"

"네- 저도 진짜 '꼰대'인가 봐요. 나 때는~이라는 말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부장도 그렇고, 여기 부장도 그렇고. 좋게 얘기하는데 오히려  버럭버럭 대들기만 하고. 정말 저때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그렇게 한참 동안 후배와 도대체 누가 진짜 '꼰대'일까?를 시작으로 요즘 젊은 꼰대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요즘 젊은 꼰대들에겐 비슷한 특성이 있었다. <남이 하면 이상하고, 내가 하면 당연하다는 것.>




"네가 제일 꼰대야"

영화 현장에는 어느덧 00년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20대 '새싹'같은 친구들과 함께 일하려다 보니 '세대차이'는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메워지지 않는 것 같아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 하고, 내가 '새싹'이던 시절! 싫었던 것들을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불쑥불쑥 '나 때는-'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내가 편한 선택을 하지 않으려고!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나는 어쩔 수 없는 '꼰대'일 테다.

요즘 애들이 힘들다는 후배 역시 '꼰대'일 테다.

하지만 이미 '꼰대'인 우리는 더 이상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꼰대'들이 싫다던 젊은 친구들이 '꼰대'보다 더 '꼰대'가 되어간다. 


우리는 우리가 '꼰대'인 줄 알고! 인정하고!!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이라도 해보지만

그들은 그들도 '꼰대'일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듯, 자신들의 행동은 정당하다고 말한다.


경험이 많은 '좋은 선배'가 아니라, 이전 방식만을 고집하는 '꼰대'로 밖에 안 느껴지는 선배들을 보며 혀를 찰 수 있다. 하지만 그전에 지금 자신이 그 '꼰대'들을 방패 삼아 회피하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기를... 이런 말을 하면 역시 '꼰대네-'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점점 나이 든 '꼰대'보다, 관성에 젖은 '꼰대'보다 더 '꼰대'가 되어가는 요즘 젊은 '꼰대'들에게 후배가 던진 말을 하고 싶다.

"네가 제일 '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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