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시탐탐 Jan 01. 2024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좋은 팀장이 될수있을까.

: 팀장의 자격


내 옆에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인 그녀가 있다.

아니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픈' 그녀가 있다.

그녀는 모두에게 다정하다.




생각보다 회의가 길어져서 퇴근시간이 자 그녀가 번쩍 손을 든다.

"A씨, 오늘 PT 예약해 놔서 회의를 빨리 끝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응? 뭐라고?"


마감이 임박해 하루에도 몇 번씩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나선다.

"B군은 이번 달에 연차를 못써서, 내일 연차를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응? B군아. 일은 다 끝냈어?"

"아니요. 아직..."


마감일이 한참이나 지났음에도 계속 마감일을 미루고 있는 C씨의 담당자인 그녀에게 물었다.

"이번에도 마감일을 못 지키면 그 프로젝트는 엎어야 해. 알고 있어?"

"네... 알고는 있는데 지금 C씨의 부모님이 많이 아프시대요."

그녀는 C씨의 사정이 안타깝다며 대성통곡한다.


A씨는 회의도중 자신이 PT를 못가게 될까 걱정해 준 그녀가 고마웠을까?

B군은 마감이 입박한 와중에 못 쓴 연차를 쓰라고 대신 말해주는 그녀가 고마웠을까?

마감일을 못 지켜 프로젝트가 기약 없이 미뤄진 C씨는 대신 울어준 그녀가 고마울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픈 그녀가 모두를 위해 한 행동은, 모두에게 좋은 일이었을까?

모두에게 다정한 그녀는,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팀의 '막내'일 때는 그나마 괜찮다.

'막내'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니까 본인의 몸만 2배, 3배 고생하면 그래도 일이 해결은 된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팀의 장, '팀장'이 되면 어떨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픈 '팀장'인 그녀는 팀원들이 힘든 모습은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자신의 24시간을 던져서 어떻게든 '혼자' 일을 해결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일은 계속 쌓인다.

팀장이 일이 쌓여있으니 함께 일하는 모두는 팀장의 일이 끝낼 때까지 기다린다.

팀장을 기다리다 보니 결국 맡은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팀이 되어버린다.


우리 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인 팀장은, 다른 팀 모두에게도 좋은 사람이다.

우리  모두의 사정도 너무 잘 이해해 주지만, 다른 팀 모두의 사정전부 이해해 준다.

그러다보니 결국 거절해야 할 일도 거절하지 못하고 일을 들고 온다. 우리 팀이 해야야 할 일이 아닌 일까지 떠맡는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 나면 모두에게 다정던 팀장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지만... 모두에게 폐만 끼치는 팀장이 되고 만다.


모두에게 미움받는 상황이 되자 그녀는 생각한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을 뿐인데... 왜 모두가 나를 싫어하지?

모두를 위해서 열심에 열심을 다 했는데... 왜 나만 탓하지?

모두에게 친절했는데 그 친절이 되돌아오지 않자 섭섭함은 배가 된다.

모두에게 친절했을 뿐인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게 다.




나는 모두에게  다정한 그녀를 좋아한다.

모두에게 다정한 그녀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모두에게 좋은 '팀장'이 될수 있는 방법을 알수 있다면 좋겠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를 옆에서 지켜보며 그녀가 좋은 '팀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팀의 장, '팀장'이 되면 때론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다.

 

모두에게 다정한 그대여!!

팀의 장, 팀장으로서 그대는 '진정' 모두에게 좋은 사람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나에게 관대해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