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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Jan 22. 2020

영화 '표준 근로'가 도대체 뭐길래.

: 어렵지만 알아야 한다.



전 작품을 할 때의 일이다. 다른 스태프들보다 조금 일찍 출근한 제작부장과 팀원 친구가 내가 생각했던 급여와 차이가 많이 나는 금액을 불렀다. 그래서 나는 두 친구에게 '남들도 다 그렇게 받으니까' '전 작품보다 많이 받고 싶으니까''기술파트들은 많이 주니까'라는 고정 멘트가 아니라... 직접 작품을 분석하고, 이 작품에 맞는 '표준근로안'을 제시한 뒤 나를 설득해 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해진 기준을 듣는 게 아니라, 작품에 맞는 기준을 제안해달라는 말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하지만 급여 협상을 위해 '남들이 말하는, 전 작품에서 했던 표준 근로'가 아니라 우리 작품에 맞는 '표준 근로'를 찾기 위 근로 시간을 고민하고, 현재 비슷한 직급의 친구들의 금액들을 듣는 것뿐 아니라 정산서를 구하는 등 열심히 '표준 근로'에 대해서 공부했다.(작품 경력이 3작품 이상이 되어도, 제작부장이어도 '표준 근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친구들은 많지 않다.)     


2주 후, 그들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급여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나에게 말했다. 물론 그 금액은 그들이 처음 나에게 제시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이었다.(작품의 상황과 특성에 따라 '표준 근로'의 기준 다르게 적용하면 이들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분명 이 작품은 전 작품들보다 적게 일하니까 적게 받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급여를 적게 받고 싶지는 않을 텐데 '그래도 많이 주세요'가 아니라 '이게 맞는 거 같아서요'라고 말해주는 두 친구가 기특했다.

결국 나는 두 사람에게 그들이 말한 금액보다 더 많은 급여를 줬다. 하지만 그 급여는 그들이 처음부터 받고 싶었던 급여보다는 적은 금액이었다.       


영화 '표준 근로'가 도대체 뭐길래




지금은 영화일을 쉬고 있는 중이라 2019년 작품을 하면서 만든 Q&A 자료를 꺼내본다.


<자주 하는 질문들>


1. 2019년 근로기준법(이하 '근기법'), 어떤 게 달라진 건가요?

# 개정 전 : 1주 최대 근로가능 시간 → 68시간 또는 60시간(연장근로, 휴일근로를 별개로 해석)

= 주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 + 휴일근로 16시간(휴일이 2일인 경우)


# 개정 후 : 1주 최대 근로가능시간 → 52시간(1주= 휴일을 포함한 7일)

= 주 40시간 + 연장근로 12시간(휴일근로 포함)


>> 다만, <변경 시점>은 사업규모별로 시행됩니다.  

▴ 50~299인 : 2020년 1월 1일부터, ▴ 5~49인: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


TIP

※ 근로자의 기준

- 스태프는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니 모두 주 52시간 근무제에 해당되는 근로자가 된다.

하지만 프리랜서/용역 계약서를 쓰는 감독들의 경우파견근로자는 여기서 제외(데이터매니저, 그립팀 등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팀원들의 경우 파견근로자라 함)

- 그럼 배우들은 근로자일까?

주조연 배우의 경우는 갑, 을, 병 계약을 함으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역배우의 경우는 근로자 조건 중 하나의 계약의 영속성(계약기간 동안 다른 일을 할 수 없음)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아니다.

보조출연의 경우 파견근로자에 해당(파견근로자의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근로시간 관련 조항은 사용 사업주의 적용 여부에 따라 판단)


※ 2020년, 중소기업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제 1년 유예

: 주 52시간 근무제 관련 근로기준법이 안착할 수 있도록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제도.


2.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 초과하여 연장근로를 할 수 있나요?

: 개정된 근기법에서 영화산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이란? 휴게와 12시간 연장 한도의 규정을 받지 않는 업종을 일컫는 것으로, 개정 전에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면 1주 1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가 가능했지만  2018년 7월 1일부터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로 1주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를 할 수 없습니다.


※ 대신,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로 유연근로제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3. 주 5일 근무를 하게 되면, 1일은 휴일근로에 해당되나요?

: 근기법에서는 '1주간의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 주 5일 근무제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법정근로시간은 1주 40시간 근무제도 하에서 반드시 주 5일 근무제를 실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사업장의 형편에 따라 주 5일 또는 주 6일 근무제 등으로 융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가령 월~금요일까지 1일 소정근로시간이 7시간으로 정해진 경우, 토요일에 5시간을 근무를 시키더라도 이는 휴일근로에 해당되지 않게 됩니다.


4. '당사자간 합의'에 의한 연장근로의 의미

: 근기법 제53조에서는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연장근로를 시킬 수는 없습니다.

이때 '당사자간의 합의'라 함은 원칙적으로 사용자와 근로자와의 '개별적 합의를 의미'하는 것이고, 개별 근로자와 연장근로에 관한 합의는 연장근로를 할 때마다 그때그때 할 필요는 없으며 근로계약 등으로 미리 약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근로계약서에 연장근로에 대한 동의를 한 경우라면, 별도의 동의가 없더라도 연장근로를 할 수 있습니다.


5. 그럼 유연근로제는 뭔가요?

: 유연근로제란 근로시간의 결정 및 배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업무량에 따라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도 별도로 정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 가능합니다.

[참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추가 설명.

일이 많은 주(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으로 법정근로시간 내로 근무시간을 맞추는 제도로서, 현행 근기법상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로 운영이 가능하며, 3개월 이내는 서면합의가 필요합니다.

예시) 2주 단위 탄력적 근로제 시행 시

업무가 몰리는 1주는 주당 60시간까지 8시간 늘리고, 업무가 적은 한 달은 주당 44시간으로 8시간을 줄이면 평균 근로 시당은 주 52시간이 됩니다.  

1, 2주 차의 평균 = 52시간

연장근로를 제외한 특정 주의 근로시간이 각각 48시간(단위: 2주), 52시간(단위: 3개월)을 초과하지 않아야 하며, 특정일의 근로시간이 12시간(단위: 3개월)을 초과하지 않아야 함.


6.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이 어려워요

: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으로, 근로자가 작업시간 중에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놓여있는 시간이라면 이를 근로시간으로 포함합니다.

또한, 휴게시간은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휴게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만, 사업장 특성에 따라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휴게시간을 분할하여 부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촬영 중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휴게시간(식사시간) 외 배우/로케이션/날씨/부득이한 사정 등으로 인해 휴게시간을 분할하여 부여하는 것이 가능하며, 이때 사용자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7. 주휴일은 반드시 일요일로 지정해야 하는 건가요?

: 주휴일은 월~일요일 사이에 정해진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자에 대하여 1주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부여할 수 있는 제도로서, 어느 특정 요일을 정하여 실시할 수 있는 것이며, 소정근로일에 출근하지 아니한 경우 유급 주휴일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또한 주휴일에도 촬영은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휴일에 촬영을 할 경우 8시간 이내의 근로는 통상임금의 50%, 8시간을 초과할 경우 통상임금의 10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합니다.


8.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인정해야 하는지 여부

: 근기법 상 휴일은 법정휴일과 약정휴일로 구분되며, 법정휴일은 주휴일과 근로자의 날(05.01)만 해당되고, 약정휴일은 노사 당사자간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으로 정한 휴일을 의미합니다.  

즉, 공휴일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관공서의 휴일로서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의 휴일이 되는 것은 아니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휴일로 명시한 공휴일을 휴일로 하되, 무급·유급인지 여부도 사용자가 정하는 바에 따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공휴일을 휴일로 정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공휴일은 근로일이 되는 것입니다.

* 대체공휴일 역시 약정휴일임으로, 사용자가 휴일로 정하지 아니하였다면 대체공휴일은 휴일이 아닙니다.

 

[참고]

개정된 근기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휴일(<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에  유급으로 하고, 근로자 대표 서면 합의한 경우 특정한 근로일로 대체할 할 수 있습니다.  

- 즉, 공휴일은 3.1절, 8.15 광복절, 10.3 개천절, 10.9 한글날, 설날, 설날 전후일, 석가탄신일, 5.5 어린이날, 6.6 현충일, '추석, 추석 전 휴일, 12.25 기독탄신일, 공직선거일, 정부 임시지정 공휴일 등


>> 다만, 사업장 규모별로 달리 적용됩니다.  

▴  300인 이상: ’ 20.1.1,  ▴ 30~300인 미만: ’ 21.1.1,  ▴ 5~30인 미만: ’ 22.1.1


9. 영화 스태프도 연차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나요?

: 연차 유급휴가란 말 그대로 유급으로 처리되는 휴가로서, 2018년 05월 29일 법안이 개정되어 1년 미만의 근로자도 연차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즉, 1년 미만의 단기 계약한 근로자가 1월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하였을 경우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없음으로 미사용 한 1일의 연차 유급휴가가 발생합니다.


10. (일정기간) 촬영이 중단됐어요. 급여는 어떻게 받아야 하나요?

: 휴업은 근로계약을 존속시키면서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회사의 결정에 의해 일정기간 정지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해 사업장이 휴업하게 되는 경우, 근기법 제46조(휴업수당)에 따라 사용자는 휴업기간 동안 그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 이상의 수당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다만,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이 통상임금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할 수 있습니다.


* 사용자의 귀책사유란 사용자의 세력 범위 안에서 생긴 경영상의 장애를 의미하며, 제삼자의 방화로 인한 화재, 천재지변, 전쟁, 자연재해 등에 의한 휴업은 사용자의 세력 범위를 벗어난 부득이한 사유에 해당되어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볼습니다. 즉,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휴업하는 경우에는 노동위원회의 승인 여부와 관계없이 근기법상의 휴업수당 지급대상이 아닙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중요하다는 건 알겠고 그래서 공부하려고 해도 당최 무슨 말인지도 잘 모르겠다. 일만 잘하면 되지!! 내가 왜 이런 것까지 공부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지나가다가 불쑥 뺨을 맞았다.

이유를 알아야 때려야 할지 아니면 사과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귀찮으니까, 어려우니까.. 그냥 맞고 지나친다면? 또다시 뺨을 맞게 된다.

왜 뺨을 맞아야 했는지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어봐야 한다. 유를 알아야 한다.

내가 열심히 일한 댓가에 대해 스스로 납득하지 못한다면

불평과 불만만 생긴다.


하지만 앞에 이야기한 것처럼 '표준 근로'에 대해서 자세히 공부했더니 제작부장과 팀원 친구는 자신들이 처음 제안했던 금액보다 적은 급여를 받았다. 그리고 그 급여는 나와 비슷한 경력의 친구보다 적은 금액이고, 다른 후배들에게 기준이 되어 질타를 받을 수도 있는 금액이다.  

분명 아이러니다. 알아야 하는데 알수록 손해만 보는 느낌이니 말이다.


'이게 무슨 말이야?'

공부를 하란 거야, 말란 거야!

그러니까 무조건 불만과 불평도 하지 말고, 안다고 해서 손해 보지도 말라는 말이다.



영화 산업에 표준 근로의 바람이 분지도 제법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하는 사람마다, 영화마다 다른 게 현재 영화 산업에서의 표준 근로다.


영화일의 특성상 근로자라고 칭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영화인들을 '근로자'로 바라보고,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기까지 '표준 근로'는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시스템이 보다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정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화와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 역시 필요하다.



+ 2020년에 적용되는 영화 표준근로안은 위에 Q&A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위에 Q&A는 개인적으로 공부한 것을 토대로 작성했기 때문에 다르거나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거랑 다른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더 공부하시면 됩니다.

+ 이름 있는 제작사의 경우, 위에 기준들과는 별개로 그 회사만의 표준근로안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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