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남동생과 통화를 했다. 아빠 일로 전화했는데 어쩌다 보니 주된 내용은 남동생의 새로 시작한 '연애' 이야기였다. 동생은 얼마 전부터 유기견 봉사활동에서 만난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단다. 그런데 쿨해서 좋았던 그녀가 막상 사귀기 시작하자 금토일은 '무조건' 만나야 하고, 평일엔 '무조건' 1시간 이상 통화해야 한다고 했단다. 늦은 시간 퇴근이 잦은 동생은 이전 연애에서도 이 문제로 힘들어했기에 사귀기 전에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사귀고 나니 그녀가 바뀌었단다.
“안 좋아하는 게 아닌데.. 그냥 하루쯤 내 시간을 갖고 싶어.. 내가 이상한 건가?”
“네가 이상한 건 아닌 듯.. 다르니까 서로 맞춰 가야지..솔직하게 이야기해 봐!”
“나도 알지, 그걸 누가 몰라?”
솔직하게 이야기했단다. 그 결과 아무래도 헤어질 것 같다고! 그래도 말하고 났더니 속은 후련하단다!
그리고 물었다.
“얼마나 쉬었다 만나야 하는 걸까? 너무 빨리 다음 사람을 만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더 내 시간을 가진 후, 만났더라면 괜찮지 않았을까?”
: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얘기겠지만!
>> 얼마나 쉬어야... 다음 연애가 괜찮은 걸까?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괜찮지 않은 문제가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다.
지난 연애만을 생각하다 지금 옆에 있는 좋은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
연애의 끝과 시작에서 늘 생각하게 되는 문제이지만, 이 문제만큼은 정해진 답이 없다.
나 역시 이전 연애에서 같은 실수를 했었다. 관계를 망치기 싫어서, 싸우기 싫어서 그 사람에게 맞췄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행동들이 조금씩 나를 갉아먹었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조차 없어졌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괜찮지가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꼬여버린 마음을 풀 힘도 용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헤어졌다.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그러다 헤어지게 되면?!
그러다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하게 되면?!
이 정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닌가?
: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얘기겠지만!
>>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아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내 마음을 전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나친 이기심이고 욕심이다. 낳아준 부모님도, 20여 년을 함께 산 형제자매도, 긴 시간을 함께해온 친구들도 말하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알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상처 받지 말고 말해야 한다.
설령 그로 인해 내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 특히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그녀는 말해주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얘기' 끝에 남동생은 이야기 하나를 더 했다. 얼마 전 술집에 지갑을 두고 왔는데, 다행히 함께 마신 형이 지갑을 챙겨놨으나, 깜빡하고 집에 두고 나왔으니 급하면 집에 가서 가져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집으로 갔단다. 빈손으로 가기도 뭐하고 해서 양키캔들을 사들고! 무려 10만 원이나 주고!
집에는 만삭의 형수가 있었고, 어색한 인사와 함께 지갑을 찾아 집으로 오는데 형에게 카톡이 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