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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시탐탐 May 30. 2020

상처받은 마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 조금 더 가지고 싶은 욕심, 조금도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


그동안 영화일을 하면서 1년이 넘게 일한 적은 많지만, 퇴직금을 받은 적은 없었는데 작년 10월, 표준근로 덕분에 처음으로 퇴직금이란 걸 받게 됐다. 급여가 높아졌다고 한들 다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시간을 버텨야하는 프리랜서로서는 한해 벌어 다음 해까지 버티기도 빠듯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여유자금까지 생기니 '이 돈을 어떻게 굴려야하나'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렇게 내겐 먼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던 '주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인터넷 검색을 시작으로 책을 사서 보기도 하고, 유튜브도 구독하고, 그냥 흘려듣던 경제 뉴스들까지 꼼꼼히 찾아보며 한걸음씩 <주식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눈 꿈뻑 하는 사이 바닥을 경험하기도하고, 5년 은행이자를 하루만에 벌기도하는 등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면서 <주식의 세계>에 흠뻑 빠져 버렸다.


그리고 이 <주식의 세계>에서 나는 내 안에 숨어있던 욕심을 발견했고, 큰 욕심이든 작은 욕심이든 욕심은 100% 탈이 난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무슨 이야기인고하니 쭉쭉쭉- 떨어지기만 하던 주식이 최근에 본전까지 금액이 올랐다. 그런데 그동안 마음 고생했던 시간이 아까워 딱 3만원이라도! 아니 딱 1만원만이라도! 수익은 보고 팔아야지 싶어 고민하는 사이 -15만원이 되어버렸다.


3만원이라도! 딱 1만원이라도! 더 갖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팔았어야했다. 조금이라도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고민하는 사이 다시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 속쓰린 후회를 반복하면서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하지만 늘 조금이라도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보고 싶은 마음이 결국 이렇게 마이너스를 만들고 만다.


그리고 어제 일어난 사건에 대응하는 빅을 보면서 그에게 <주식의 세계>에서 얻은 깨달음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빅은 지금 하고 있는 드라마 제작파트의 리더이다. 빅을 통해 리더가 변변치 못하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매일매일 리얼하게 배우고 있다.)  



 

드라마 <관찰일지> 그 4번째.

이번 주 큰 이슈는 52시간 근로였다. 현재 드라마 제작환경의 특성상 프로그램 방영이 가까워지면 언제든 터질 문제였지만 고작 한달여를 촬영했을 뿐인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터졌다.(드라마의 52시간 근로에 대해서는 좀 더 경험한 뒤 따로 이야기하겠지만, 드라마 현장의 52시간 근로는 영화와 비교 해 놀라울 정도로 뒤쳐져 있다.)


드라마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그러니까 스태프들의 계약 전에 방송국놈들이 세워놓은 <52시간 근로기준>에 대해서 들으면서 '눈가리고 아웅'하듯 하나를 내어주는 척 보이지만, 결국 챙길 것들은 다 챙기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막힌 건 방송국놈들이 내어주는 그 하나마저도 아까운 마음이 들었는지 방송국놈들이 말하는 기준을 지키는 척하며 교묘하게 손해는 보지 않으려는 꼼수를 부리는 빅이었다.


그리고 빅의 꼼수에 대한 불만이 결국 '펑'하고 터지고 만 것이다. 영화건 드라마건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연출자나, 제작자나, 스태프나 모두 똑같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모두가 만족하는 상황을 만들기는 쉽지 않고, 이 모두의 균형을 맞춰야하는 사람이 제작파트의 리더가 해야할 일이다. 그런데 빅은 리더로서 해야할 일을 하기보다 그저 조금더 가지려는 욕심, 조금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먼저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빅의 욕심과 마음이 결국 아직 방영도 되지 않은 작품에 큰 스크레치를 입히고 말았다. 그리고 앞으로 긴 시간을 함께 해야하는 스태프도, 제작자도, 연출자도 모두 다 상처를 받고 말았다.

 



그로 인해 상처받은 '마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마음'은 '형식'으로 치료해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라 서로의 잘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일이다보니 그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 노력하는 과정이 있다면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탓하지만은 않을 거다.


스태프도, 제작자도, 연출자도 '네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라고 비난하기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서로 조금씩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스태프도, 제작자도, 연출자도 그리고 방송국놈들도.... 조금 더 가지려는 욕심, 조금도 손해보않으려는 서로의 마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조금 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느 한 사람이,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금 더 가지고 싶은 욕심, 조금도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

지금 나의 주된 일상이 <드라마 촬영현장>에 있다보니 드라마 현장의 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상 곳곳에서 조금만 더 가지고 싶은 욕심, 조금도 손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인해 결국 후회와 실수를 만드는 것 같다.


어떤 상황이든, 어떤 일이든, 어떤 사람이든 무조건 어느 한쪽만 이득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니까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하나라도 더 갖고싶은 욕심, 아무것도 손해는 보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본전도 못 찾고, 마이너스가 되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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