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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doinseoul Jun 08. 2021

할리 데이비슨

기존의 것을 포기할 줄도 아는 용기

고가 제품을 파는 회사일 수록, IT 제품을 제외한 제조업 계열의 회사일 수록 혁신에 둔감하다.

대기업의 파릇파릇한 사원급에서 의견을 제안할 기회를 얻기란 참으로 어렵고, 아직 회삿물(?)이 들지 않은 사람의 '제안'은 귀여운(?) '의견' 정도로 치부되는 현실.

하부에서 의견을 내도 촘촘한 의사결정의 단계를 거치면,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는 흐릿해진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제조업 경우 현재 주 소비 타깃이 BB 세대다.

MZ 세대에게는 제품 자체보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나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해도 대부분의 제조 산업 군에서는 아직까지 MZ의 소비 방식에 그렇게까지 위기를 느끼진 않는 것 같다.


2년 전, 타 본부에 있을 때 이런 관점을 타파해보려고 경영진 대상 멘토로 활동한 적이 있다.

Gucci의 Shadow Committee 방식을 모방해 밀레니얼 세대가 멘토가 되어 임원진에게 사업 방향을 제안하는 활동이었다.


약 두 달간 소위 말하는 힙하다는 곳들을 직접 찾아가고, 젊은 CEO를 만났다.

짧은 시간 내에 고객의 마음을 어떻게 훔쳤고, 사용자의 Pain Point를 어떻게 개선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19년에 우아한 형제들(을지로 사례), 라운지 엑스, 아모레 퍼시픽(아모레 성수) 등등 업종에 관계없이 이곳저곳 누볐던 기억이..


아무튼 성공한 기업을 살펴보니 역시 새로운 것에 굉장히 민감했다.

지금 사업이 잘 되고 있다고 해도,  그 기업에게는 당장의 성과보다 2-3년 후에 고객의 모습이 어떠한 지가 이슈였다,

이런 기업들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꾸릴 건데?"라는 질문에 굉장히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실제로 잘나가는 기업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편하다.

고객이 원하는 건 매우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크게 체감하지는 못한다.

지금 잘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혁신'을 추구하는 건 어렵고, 결정권자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의 성과라 혁신 이후에 따라오는 책임까지 떠맡는 건 꽤 부담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그 산업 군의 주소비층이 BB 세대라면, MZ가 기성세대가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 것을 사겠지,라는 맹목적인 믿음이 있는 것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할리 데이비슨의 사례가 굉장한 자극이 됐다.

오토바이나 차는 잘 알지 못해서, 사실 나에게 익숙한 브랜드는 아니었다.

그래도 검색창에 '할리'만 쳐도 '할리 데이비슨'이 나오는 걸 보니 모터 싸이클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한가 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면, 가끔 일하는 방식에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


'혁신'은 아주 작은 Pain Point에 집중해 새로운 콘셉트/라인으로까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작은 Pain Point는 아주 작은 해결책으로 끝나는 느낌이랄까.


할리 데이비슨은 '라이더의 고령화'에서 실적 악화의 이유를 찾았다.

그 이후 왜 젊은 사람들은 우리 모터사이클을 샂 않을까를 시작으로 '가격', '충전', '서비스' 등에서 문제를 발견한다.

해서 제품 라인을 늘려 가격을 다양화하고, 충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800여 개의 충전소와 제휴를 맺는다.

여기에 앱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걸맞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시한다.


사실 실적이 떨어지면, 기존 제품에 색상이나 Spec을 더하는 방법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하지만 할리 데이비슨은 "라이더의 세대교체"라는 큰 키워드 아래

앱 개발, 무료 충전소 제휴, 새로운 라인업 등의 다양한 해결책을 통해 MZ가 그 브랜드를 택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포인트를 내놓았다.


이런 사례는 어느 기업에서나 있을 수 있지만, 주목 포인트는

1) 재빠른 의사결정-실행 2) 다양한 시도였다.

전기 오토바이에 정통 오토바이 소리를 넣어 부정적인 평가를 듣고, 전기 오토바이의 충전에 결함이 있어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성패를 떠나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과, 클래식 오토바이라는 과거의 타이틀에 집착하지 않고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 귀 기울이면서, 기존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가 참 좋았다.

이런 시도에는 분명 젊은 세대 조직원이 "우리는 이렇기 때문에, 이러한 서비스와 제품이 필요합니다"라는 의견이 크게 반영되었을 거다.




한참 온앤오프를 즐겨봤는데,

시즌이 끝났음에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 돈스파이크의 인터뷰가 있다..

환경이든, 커리어든

하고 있는 것과 원하는 것은 다를 때가 많다.

나도 그동안 쌓아온  너무 아까워서

나아갈 수 있는 걸음 조차 떼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지-.



기사 원본

https://blog.naver.com/businessinsight/222384578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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