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새발

추사 김정희 박물관 관람 후

by 오 순

급 실망하였다네.

내가 당신에게.


어이하여 그대는

한글을 이리도 멋대가리 없이 써 놓았소.

한자는 그리도 예쁘게 쓰 않았소?


나는 그대의 반가운 한글 편지를

끝내 해독하지 못하고 말았소


어째서 그랬소?

유배 생활이 힘들었소?


그대의 편지에는 고단함만 있구려

덕지덕지 발린 유배생활의 고단함.


미안하.

내 그대를 폄하해서.


근데 당신은 조선의 최고였지 않소.

세종이 백성을 어여삐 여겨 만든 한글을

좀 예쁘게 쓰면 좋지 않았겠소.


혹 당신도

세종의 한글 창제를

반대하였던 거였소?


아님 그 당시 유행한 한글 서체였소?


내 한글이 창조되어

한글 서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모르나

그대의 한글 서체는

부끄럽기 짝이 없소이다.


아마도 한자에 익숙한 그대가

사랑하는 부인을 위해서

익숙치 않은 한글을 써

그리 보일 수도 있겠소.


내 수고스러웠지만

그대의 글을 인터넷에서 찾아소.

글은 정말 잘 썼더이다.


내용 중.

그대의 두 번째 부인에게

나는 가난한 산책을 다녀오겠다는

표현이 좋았소.


가난한 산책이라..

내 그날의 그대를 상상해 보오.


제주도 마른바람에

마른 그대가

마른기침을 하며

천천히

마른 길을 걷고 있소.


태어나 살아오면서

그대는 그리 평탄치 않았던 거 같소.

유배를 두 번이나 갔다 온 걸 보면.


그러나 당신은 제자 복은 있었던 거 같소.

당신의 제자가 유배지에 있던 당신을 위해서

멀리 중국에서 귀한 서책을 보내 줬으니

그 얼마나 든든하였겠소.


이 제자로 말미암아

또한 당신의 세한도가

중국, 조선의 18명의 문필가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니 말이오.


내 당신의 박물관에서 만난

당신의 측근 중에서

이 제자가 가장 기억에 남았소.


잘 쉬시게.

내 훗날 그곳으로 가면

예쁜 그대의 한글 서체로

내 이름 석 자를 써 주시게.

그 때는 아주 멋지게 말일쎄.


p.s : 내가 본 세한도는 춥더이다.

여백에 있는 바람은 따뜻하지만 뼈를 애는,

꽃샘추위의 그 바람이었소.


아. 그리고 당신의 굿즈도 사 왔소.

세한도 마우스 패드요,

이것은 꽤 실용적이었소

잘 사용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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