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빼빼로

by 오 순

그날은 봄바람이 살랑대는 봄날이었다.

어머니는 놀러 나가려는 나에게

신발을 사 주겠다며 시장에 데리고 갔다.

어머니의 뻔한 거짓말,

신발은커녕 양말 한 짝도 사 주실 리 없는 어머니.

그래, 뭐라도 먹이긴 하시겠지...


버스 창밖의 푸른 보리들이

새들처럼 봄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다녔다.


시끌벅적한 장날,

어머니의 양팔과 머리에는 짐이 가득했다.

먹이를 찾아다니는 독수리처럼

어머니는 싼 물건을 찾아다녔다.


직진.

어머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사야 할 물건들을 사고 값만 치를 뿐.


그런 어머니를 행여 잃어버릴까 봐

사람들 사이,

어머니의 보라색 치마를 놓치지 않으려고

종종 걸었다.


그러는 동안

장터의 텁텁한 흙바람이 나의 눈을 찔렀고

눈을 훔치다 보니 신발 가게를,

우리는 지나고 있었다.


그날의 점심은 선지국밥이었다.

난 선지를 못 먹는다.

어머니는 몰랐다.

딸 다섯을 둔 어머니에게는

아무 개성 없는 막내딸은 아무 사람이었다.

선지 국밥의 국물이 연탄가스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들었다.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렸던 슬픈 오후.

가당찮던 신발을 기대했던 나,

선지 국물을 먹어 속이 밍밍한 난,

내 앞에 놓인

부끄러운 주렁주렁 일용할 짐들을 발로 찼다.


멀리 먼지를 휘날리며 오는 조금은 뚱뚱한 버스는

다행히 우리의 짐을 군소리 없이 받아줬다.


버스 창문 밖 보리들은

바람에 마구 미친 듯 흔들렸다.

그 모습을 보며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의 손에

무언가 쥐어졌다.


빼빼로.


그 당시 고귀한 과자였던 빼빼로를

어머니께서 큰맘 먹고 한 통 사셨던 것이다.

다섯 명의 딸과

귀중한 아들 한 명을 둔 어머니가

나에게빼빼로를 사 주셨다.


톡. 톡. 톡


과자 소리에 보리들이 춤을 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