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째 고양이가 안 보였다. 원룸 입구 주변을 맴돌던, 하얀 얼굴에 왼쪽 눈은 검정 얼룩이 짙게 낀 길고양이다. 안 보인 지 두 달이 꼬박 넘어가니 어느새 의식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입구를 나서며 꼭 한 번은 들여다보고 지나갔던 예전의 습관도 옅어졌다. 누군가 놓아둔 밥그릇이 여전히 그대로 놓인 채 줄어들지 않는 모습과는 달리, 길고양이 모습은 희미해져갔다.
웬만한 건 잊음으로 얼룩져간다. 예전엔 선명했던 단어가 기억나지 않는다. 단어장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봤던 단어였는데도. 눈 감고 쓸 수 있던 수식도 떠오르지 않는다. 노트가 허름해질 때까지 적어본 건데도. 그때 내가 짓던 표정도 모르겠다. 옆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도 잊어간다. 그렇게 시냅스가 또 하나 툭 떨어진다. 하나둘, 시간에 흘려 많은 걸 잊어간다.
자주 이어지지 않는 연결은 의식도 못한 새 옅어진다. 기억을 담은 뉴런들은 자극이 없으면 자연스레 끊어진다. 효율을 중시하는 뇌다. 그런 뇌가 중요하지 않은 존재라고 판단해서 그렇다. 그 덕에 빨리빨리 떠올릴 수도 있었고, 그 때문에 스멀스멀 잊어가기도 했다. 기억이 흩어지는 걸 막는 유일한 방법은 자꾸 의식하는 일, 그것 말고는 없었다. 단어를 반복해서 외우듯이 모든 게 똑같다.
예전의 기억이 점차 흐려졌다. 바쁘다는 핑계 속 의식도 함께 드문드문 놓고 살았다. 그래도 열심히 사니까, 그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다. 와중에 저변에서 잊히는 건 피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걸 의식하며 살려고는 않는다. 그럴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단지 잊어선 안 될 것들, 추억이라고 하는 그것들에겐 의식할 수 있도록 이름을 붙여줘야 했다.
자주 떠올리다 보면, 길고양이도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까. 돌아오면 그땐 그간 미뤘던 이름을 붙여주어야겠다. 눈도 마주치고 이름도 한번 불러보면서. 이름 없는 것들은 어느새 문득 떠나가는 법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