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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Sep 30. 2022

삐딱한 시선

과학기자와 에세이

이따금 삐딱해져 본다. 늘 올곧음만 강요받으며 살아왔으니. 전혀 느끼진 못하지만 지구도 원래 살짝 기울어져 있다. 우리가 일말의 인식도 없이 일상을 지내온 와중에도 언제나 그랬다. 그런 삐딱함은 우리에게 네 가지 계절을 만들어주었고. 그래서 우주적 시점으론 기울어진 시선이 되려 정방향 아닌가. 이젠 오히려 이런 자세가 자연에 부합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가끔은 삐딱선에 탄다. 기울어져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기울어진 덕에 계절도 만들어 내는, 그런 지구의 삐딱함을 모사한다. 느끼지 못해도 아는 것과 몰라서 당연시하는 건 다르니까. 잘못된 법이라도 시간에 한참 녹아들면 어느덧 정의 행세를 하듯이. 예의범절을 주입받고, 시키는 대로 해내야 모범이 되며, 틀에 맞춰 언행을 갖춰내야 ‘괜찮은’ 사람이 되었던 곳. 그러니 테두리 내에서의 어느 정도 삐딱함은 견지해야 할 태도였다.


지루할 땐 세상을 얼마간 삐딱하게 바라봐주자. 삐딱하게 바라본 세상에서, 그제야 무던했던 일상을 타파할 사계절을 발견할지도 모르는 법이니까. 바른 자세, 바른 태도, 바른 생각. 거기에 삐딱한 시선을 한 움큼 섞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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