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 Oct 01. 2022

하루의 역사

과학과 에세이

하루에도 역사가 있다. 어제와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되듯, 하루 내에도 소소한 역사가 존재한다. 날짜와 시간이란 인공적인 개념에 익숙해져, 나날이 제각각 분절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년과 올해는 다르고, 어제와 오늘은 다른 날인양. 작년의 나와는 달라져야지, 어제처럼 살지 않아야지 하는 등의 다짐도 하면서. 하지만 태초부터 현세까지 모든 건 그저 죽 이어져왔을 뿐이다. 그러니 오늘 안의 미미한 실천 또한 오늘을 지나 끝까지 이어질 행동이다. 여러 겹이 쌓이며 하루가 기록된다.


흐트러진 채 방치됐던 이불이 눈에 들어 개어뒀다. 나중에 해도 되고, 계속 그렇게 둬도 상관없지만 개어뒀다. 그냥, 당장 해두고 싶었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된다. 그 점은 하루의 단위라 생각해왔지만 달랐다. 찰나의 단위였다. 시선을 조금만 더 좁혀보면, 각자의 역사는 하루 단위로 기록되지 않는다. 찰나가 포개지며 두꺼워져가고 있다. 이 순간에도 켜켜이 쌓이고 있던 수분 수초들 말이다. 


오늘은 망쳤으니 내일부터, 올해는 다 지났으니 내년부터라 착각하는 역사. 실은 모든 순간이 역사의 일부다. 내 편의대로 딱 맞춰 끊어지는 건 없다. 의미부여의 연장선일 뿐이고. 그러니 때로는 일탈도 하고 지쳤을 땐 잠시나마 엉망을 방치하기도 할 거지만, 끝없이 점철되어가는 작은 순간의 소중함도 잊지는 않기로 한다. 모든 순간이 하루의 역사가 되어준다.

작가의 이전글 삐딱한 시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