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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1 더하기 1과 3 빼기 1

과학과 에세이

2를 만드는 방법은 많다. 1에서 1을 더하거나, 3에서 1을 빼거나. -1에서 3을 더해도 된다. 100에 루트를 씌운 후 5로 나눠도 되고. 조금 과장해보면 0에서 시작해 1억 만큼 더한 뒤 107로 나누고 9를 뺀 다음 (sinx2 + cosx2)을 더해줘도 되겠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비효율적이라도, 어떻게든 2로 닿는다. 2를 향한 방법은 그저 끝도 없이 무한하기만 하다.


1에서 1을 더하는 건 2로 가는 방법 중 가장 쉽다. 간단한 방법이라 따라가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학교에선 대개 이렇게 가르쳤나 보다. 시험지를 받고선 2를 만들라 하면 모두 1에 1을 더하는 모습이다. 2를 만들기에 제일 정직하고 편리하니까. 하나라도 더 맞혀야 하는 촉박한 상황에서 가장 직관적이니까. 잡념을 치우고 정해진 답을 향해 돌진해야 했던 환경에서 최고의 접근법이니까. 과정은 묻어두고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과정에서 으뜸이었으니까.


정답에서 바르단 뜻의 정(正)을 빼면 답만이 남는다. 굳이 바르지 않아도 된다면 실은 뭐든 답으로 향할 수 있다. 정사각형에서 ‘정’을 빼면 마름모도 평행사변형도, 비뚤비뚤 맘대로 이어 봤던 네 개의 선도, 모든 게 사각형이 될 수 있다. 정해진 답, 정답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모든 게 답이 되었다.


여느 분야든 1에는 1만 더하듯 모범 안이 정해진 그 틀이 지겨웠다. 대신에 하고 싶던 일을 하나씩 해 보며 벤 다이어그램을 여럿 그려갔다. 각각의 집합이 내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도 제대로 몰랐지만, 원을 점차 한 개씩 추가해 갔다. 그리고 쌓였던 원을 섞다 보니 겹쳐진 공간 속 조그만 교집합이 생겼다. 조그맣지만 확실한, 내가 그렸고 나만 그릴 수 있었던 그 공간. 이젠 그 미력했던 교집합으로 소박하게 돈을 벌고, 틈틈이 위안도 얻는다.


원의 크기들이 남들에 비해 작아서 불안하기도 했다. 어쩔 땐 비대해진 불안감에 잠 못 들던 순간도 있을 정도로 커져갔다. 그래도 하나만 키우는 건 안 맞았다. 불안을 안고서라도 정답 대신 여러 답을 계속 찾는 편이 나았다.


2를 향해야 할 때, 오직 1과 1만 더했다면 벤 다이어그램을 여러 개 그릴 수는 없었지 않았을까. 멀쩡한 길도 일부러 돌아가는 삐딱함 덕에 어딜 가든 자꾸만 정해진 최적화를 거부했다. 어쩌면 수학 자체보단 곧게 뻗어야만 했던 수학적 사고가 싫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2를 만들려 1에서 일부러 3을 빼고 –1을 곱해봤던 사람에게는 말이다.


언젠가는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복소수도 곱해 봐야겠다. 그땐 어떤 벤 다이어그램이 나올지 걱정 반 기대 반이지만, 그걸 겹치면 내가 몰랐던 또 어떤 세상이 드러날 테다. 누구와도 겹치지 않을 공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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