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현 Oct 30. 2022

내게 허락된 욕심

과학과 에세이

남의 떡 구경할 일이 너무 많다. 사치를 자랑하듯 내비치는 프로그램과 편집된 부분만을 드러내는 미디어. 멍하니 하나둘 보다 보면, 미세먼지가 들러붙듯 부러운 마음도 어느새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곤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부러움과 조급함을 양분 삼아 욕심이 피어난다. 내게 꼭 필요한 게 아니더라도 갖고 싶어지고, 내게 없어도 충족한 것들에게도 탐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욕심 들어내기란 여간 쉽지 않다. 숱한 것들이 감정선을 자극해대니 덩달아 만족의 폭도 좁아진다. 하나가 잘 되면 기뻐할 틈도 없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여기며 다음 걸 찾는다. 시작도 않은 것에 벌써부터 결과를 다그치기도 하고, 때로는 지금도 벅차면서 발을 더 뻗으려고 애쓰기도 한다. 내가 부족해서 그럴까 싶지만, 원래 그렇다. 하나 해내면 다음이 눈에 드는 게, 두 개 가지면 여럿이 눈에 차는 게, 남 손에 쥐어진 물건이 탐스러워 보이는 게 본능이다.


그럼에도 들어내야 하는 이유는, 무거운 건 언젠간 무너져서 그렇다. 무거울수록 붕괴도 바쁘게 다가와서 그렇다. 과적한 선박이 못 버텨 가라앉고, 무리하게 적재한 건물이 무너졌듯 뭐든 그렇다. 자연에서 제일 무거운 우라늄도 제 무게를 감당 못 해 툭하면 분열한다. 감당 못 할 무거움이 쌓이면 자연스레 무너지게 돼 있다. 남 인생 중 빛나는 찰나를, 그마저도 윤색하며 가꾼 그 잠깐의 순간이 내게 들러붙게 내버려 둘 필요가 없는 이유다.


욕심의 존재를 애써 외면하는 건 아니다. 대신 그득한 심보를 건강히 사용해 본다. 쟤도 하고 너도 하니, 나도 해야 한다는 마음. 그도 있고 그 사람도 가졌으니, 나도 지녀야 한다는 마음. 친구도 즐기고 또래도 누리니까,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 그 가운데에서 내게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한다. 타인이 쥐여 준 조급함과 부러움에서 탄생한 욕심인지, 내가 바라던 이상을 채우기 위해 태어난 욕심인지 분간하려 한다.


그렇게 욕심을 분리해낸다. 내가 닿을 수 없는 것을 탐하는 순간 욕망이 된다. 내게 필요하고,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 것에만 욕심낸다. 딱 감당할 정도로만.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계를 초과해 탐식하면 끝에는 결국 게워내야 한다. 한가득 시킨 음식이 남으면 결국 찌꺼기가 되어 쓰레기가 된다. 그게 욕심이고, 그래서 덜어내야 한다. 종이 한 장의 무게는 개의치 않겠지만, 200페이지가 쌓인 책 한 권은 묵직한 부피감을 낸다. 박스에 한가득 모인 종이 더미가 주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요즘은 남이 어딜 가서 뭘 했고, 무얼 가졌으며 어떤 사치를 누렸는지에 깊은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SNS에도 일부러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속이 좁은 내가 그런 것들을 보다 보면 또 들러붙을 욕심을 알아서다. 그 시간을 다르게 써 본다. 비워낸 후 여남은 진짜 욕심들, 걸러내고서야 드러나는 바람들, 헛된 욕망과는 달리 나를 채워줄 이상향이 뭔지 곰곰이 생각한다. 그렇게 여과되어 남은, 내게 허락된 욕심에만 집중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그랬구나, 혹은 그렇구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