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에세이
때로는 본질을 몰라도 된다. 주변은 어차피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니까.
누구나 종종 고민한다. 삶이 뭔지, 행복이 뭘까라며. 사랑은 어떤 것이며, 즐거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도 모르지만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그런 것들. 아직도 모르면서 앞으로도 모를 것들. 정체를 알 수 없지만 함께 살아가야 할 것들. 어쩌면 여느 것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들. 형체를 볼 수 없어 평생을 뒤쫓지만, 현생에선 아마도 알 수 없을 것들. 꼭 알아야만 행복할 수 있을 듯이 느껴지는 것들에 생각을 빠뜨린다.
전자(電子)는 순간이동하듯 움직인다.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른다. 지금껏 무수히 연구하고 공부하며 쌓인 방대한 지식도 ‘왜’에 대한 답을 못 줬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사람들은 이해를 덮어두었다.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받아들였다. 덕분에 세상은 화려해졌다. 본질을 이해하지 못해도, 현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도 남겼는데. 어차피 모르는 건 원래 모를 뿐이다. 애써 알려고 달려들기보단, 모름을 받아들이란 얘기였다.
행복이 정확히 몰라도, 행복감이 들면 그 감정을 깊이 느끼는 사람이 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때론 사랑을 오히려 더 잘 주고받기도 한다. 내재된 상식만으론 이해가 되지 않는 영역들이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하다간 끝엔 허탈함만이 남는다. 본질이 어떤지 알기도 어렵고 알 수도 없다면, 그저 잘 사용하는 걸로도 부족하지 않겠다. 정작 중요한 건 이론이 아닌 활용일 테니. 본질은 어쩌면 모르는 게 당연했다.
그냥 그런 건, 그냥 그런 거다. 굳이 해체하고 해석하고 이해하고 분석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그저 그런 것이고, 원래 그랬으니까. 그냥 느끼면 될 뿐인 건데. 양자역학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도, 양자역학이 비춘 세상은 여전히 밝기만 하다. 앞으로는 더 밝아지기만 할 거고. 구태여 기를 쓰며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의 밝은 모습만 충분히 누리기에도 부족한 시간들이니까.
본질엔 인과율이 없다. 그래서 본질을 알아야 진정으로 행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도 된다. 사랑이 뭔지 잘 모른다고 사랑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행복의 형태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행복을 누릴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정해지지 않아서 오히려 받아들이기 수월하기도 하다. 마음대로 정하면 되니까. 굳이 알아야 한다면, 똑똑한 철학자들이 답을 내려줄 거고. 그저 멋대로 누리기만 해도 아까운 세상이니, 감정의 이해보단 활용에 시간 들여 집중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