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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 Oct 30. 2022

완벽한 실험도 없는데

과학과 에세이

완벽한 실험은 없다. 공들여 만든 값비싼 실험 장소일지라도, 온정신을 다해 집중을 거듭해도, 세상이 놀랄 만한 실험을 설계해도, 극소의 오류와 오차는 어떻게든 나온다. 그래서 중요한 건 오차를 인정한다는 점이다. 실험실에선 오차 속 한계를 설정하지, 무(無)오류는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의 불완전성을 미리 인정하고 시작한다.


완벽한 실험이 불가능하듯 완벽한 사람도 있을 수 없다. 뭐든 완벽함을 좇아간다는 건 존재치도 않는 유토피아를 찾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실패와 실수를 겁내면 아무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정작 생각해야 했던 목표는 오차를 낮추는 것, 실수를 알아채고 수정하는 일이었다. 과학은 실패하며 배운다. 배우는 과정은 고달팠지만, 이제는 배워놓아서 참 다행이라 여긴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듯한 바깥으로 던져지고, 두려움이 늘었다. 그래서 미리 다음 내용을 알고 싶었다. 완벽히 잘 해내고 싶었다. 실수 없이 해내길 원했다. 그럴 때마다 떠올린다. 으레 실수하면서 배웠었다는 사실을. 실수를 수정하며 오차를 줄여나갔다는 기억을 꺼낸다.


실수로 눈물이 터져 나올 때가 온다. 생각과는 너무 다른 결과에 고개 들기조차 힘든 날이 닥친다. 하지만 그 어리숙했던 과정을 겪고 나니 조금은 의젓해져 가기도 했다. 그 순간도 결국 지나가더라. 지나고 나니 별것 없더라. 이제 보니 그때를 겪어내어 지금 어깨를 조금이라도 더 펼 수 있더라.


완벽한 실험도 없는데, 오차가 좀 있으면 뭐 어떨까. 오차 없는 실험이 나오면 그게 오히려 잘못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인데 말이다. 조금 부족해서 남보다 못할 때도 있지만, 되려 그 모습이 자연스럽다. 다음번 오차가 지금보다 줄었으면 그걸로 된 것일 텐데. 처음부터 완벽해 보이기만 했던 논문 페이지는 그렇게 오차를 조금씩 줄여 나아가는 결과로 채워 나간다. 내일 적을 페이지도 그렇게 채운다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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