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에세이
달에 부동산을 하나 샀다. 에이커라는 단위를 환산해 계산해 보니 대략 천 평이 넘는 땅이었다. 가늠도 안 되는 넓은 땅이 고작 3만 원밖에 안 하다니. 뭔가 기분이 뒤숭숭했다.
미국엔 달 부동산을 판매하는 회사가 있다. 물론 정부가 인정하거나 공신력을 보장해주는 곳은 아니지만, 역사도 꽤나 있는 편이다. 90년대에 태어난 나보다도 나이가 많다. 살아있을 때 한 번이나마 근처에 가 부지를 구경이나 해 볼 수 있을지조차 모르지만, 휴짓조각이더라도 나름 천 평 땅문서가 생겼다.
사회로 들어왔을 땐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난 뒤였다. 좁은 방 안 한 켠에 놓인, 한 뼘 크기 침대 속에 누워있으면 갖은 생각이 꼬리를 문다. 학생 때는 이번 생에 취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며 전전긍긍했는데. 막상 취업하고 나니 이제는 과연 이번 생에 집 한 채를 사 볼 수는 있을까 하며 또다시 전전긍긍해댄다. 정작 집을 사면 끝이 날까. 언제나 내 곁을 지켰던 전전긍긍은 또 다른 모습으로 내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할 텐데.
전전긍긍은 항상 '해야 한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가져야 한다는 두려움에서 찾아왔다. 그렇다면 미리 건너뛰어버려 해야 할 것을, 가져야 하는 것들을 없애버린다면 어떨까 싶었다. 그래서 그냥 허공에 3만 원을 던져버리는 일일지라도, 존재하는지도 모를 달 부동산을 샀다. 바보라고 한다면 바보가 맞을 거다. 그래도 걱정에 끙끙대는 바보보다는 허공에 3만 원을 날려버린 바보가 되는 편이 덜 바보스러울 것 같았으니까.
달나라에 가면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그래도 그곳에선 나도 땅부자가 되어있지 않을까 떠올려 본다. 실없는 상상인데, 왠지 마음은 살짝 놓였다. 조금은 막연하게도 살고 싶다. 민간인 우주여행도 시작되는 마당에 집 걱정이라도 크게 하지 않고 살아 보련다. 그렇담 무슨 걱정이 더 있을까, 이젠 달나라 땅부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