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에세이
지구가 평평할 수도 있지 않을까. 괜히 바보 같은 소리를 해 본다. 하지만 지구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당연하단 듯 믿고 여간 살아왔던 걸까. 수업 시간에 배웠던 지구가 둥글다는 증거는 많았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는데. 지구 밖으로 나가 본 우주인들끼리만 서로 비밀을 지키고 있는 거면 어쩌나.
예전엔 태양이 지구를 공전한다는 생각이 당연했다. 너무나 당연해서 사람들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의심은 곧 권위에 대한 도전과 세상에 대한 반역이었을 정도니. 그래서 그걸 깨부순 갈릴레오는 아직까지도 여전히 회자되곤 한다. 그리고, 그걸 깨부수는 일은 당시 그의 목숨을 건 일이었다.
- 네 나이 때는 이렇고 저렇게.
- 내가 해 보니 이게 맞고 저건 틀렸고.
이 땅에서 자명하다는 여러 법칙들이 내게는 왜 이렇게 빗나갔던 걸까. 세상의 법칙이라는 것에 따라 살아가려 애쓰지만, 하면 할수록 '이상적인 삶'에서 멀어져 간다. 어쩌면 지구가 평평한 건 아닐까. 그럴 때면 말도 안 되지만, 심술궂은 의심병이 돋는다. 어떤 이론도 영원하진 않다. 교과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이 모든 것도 언젠간 바뀔 법칙인데 이젠 너무 신경 쓰지 않겠다고 적어둔다. 그건 다른 누군가가 만든 법칙이었으니 말이다.
지구가 실은 평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주변 누구도 본 적 없다는데 말이다. 그렇게 나를 제일 잘 아는 내가 하나하나 내 인생의 법칙을 정해가려 한다. 내가 정한 나만의 법칙이 시대를 앞서간 보편의 법칙일지도 모르는 법인데. 어쩌면 먼 미래엔 누군간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는 건데 말이다. 우주선을 타보기 전까진, 이따금 평평한 지구에서 지내는 세계관에서도 살아보려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