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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

by 서현

빨간 신호등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이따금 주황 불을 보면 오히려 속도를 올려버리는 차를 발견합니다. 주황 불의 의미는 곧 멈춰야 하니 속도를 줄이란 뜻일 테죠. 한국에선 주황 불의 의미가 잘못 알려지기라도 한 듯 반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잠시도 멈추면 안 된다는 듯이 달려갈까요.


바쁠 때는 신호등이 야속하기만 하지만 반대로 신호등이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너무 급하게만 가다가 넘어지지 않도록 한 번씩 멈춰 세워주는 존재입니다. 이제껏 신호위반을 강행하며 쉴 새 없이 달려온 예전이, 빨간 불 앞에서 멈추어 섰더니 조금씩 보였습니다. 한 번도 멈추는 법을 몰랐을 때는 신호를 어긴 줄도 몰랐습니다.


빨간 불과 마주하면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그러나 곧 초록 불로 바뀌고 출발할 수 있습니다. 급하게 빨간 불을 피하는 것보다 마음이 여유롭습니다. 잠깐의 빨간 불이 끝나면 반드시 초록 불로 바뀝니다.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빨간 불 다음은 반드시 초록 불이 된다는 사실을. 잠깐의 쉼이 곧 나아감이 된다는 사실을.


멈춤과 출발은 순환입니다. 멈춰야 할 때 멈출 줄 알아야 다음 출발 신호도 지킬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신호위반을 하지 않았나 돌아보는 중입니다. 저는 단속에만 걸리지 않았지 많은 신호를 무시해 왔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보내는 빨간 불을 이제는 무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빨간 불을 본다면, 잠깐 서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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