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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선 Jan 02. 2024

큰일 났다! 내 클럽이 생겼다.

난 이제 골프를 할 수밖에 없다!

금 간 갈비뼈를 복대로 부여매고 골프를 배운다는 건 미친 짓이었다. 

몸통 스윙을 제대로 할 수 없으니 피니시를 잘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스윙 폼도 영 예쁘질 못했다. 

비거리는 더 엉망이었다. 

7번 아이언으로 70m 나가면 그날은 날아갈 듯한 기분으로 연습장을 나섰다. 

드라이버는 80m 나갔을 때 레슨 선생님이 칭찬을 다 해주셨다. 

주변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사람들은 제법 스윙 폼이 멋있어졌는데, 

내가 보는 내 폼은 정말 '아니올시다' 그 자체였다. 

그래도 어쩔 건가, 골프란 녀석이 너무 재미있는 것을...

그렇게 나는 매일매일 꼬박꼬박 연습장을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습 중에 남자친구(현 남편)가 내게 불쑥 질문을 했다. 


"갖고 싶은 클럽 브랜드 있어요?"


이 무슨 황공한 질문인가? 실력이 이 지경인 나에게 나만의 클럽이라니!

내 클럽을 갖고 싶다고 하기엔 실력이 너무 엉망진창이었기 때문에 그런 건 사치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내게 선물을 한다는 것이다. 

남자친구는 나보다 조금 더 일찍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함께 스크린 연습장에 다니던 그가 이제 막 드라이버 연습에 들어간 나를 보고 나만의 클럽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매일 연습장에 비치된 클럽으로 연습하는 걸 보면서 조금 딱한 마음도 생겼다 한다. 

그리고 마침 레슨 프로 선생님도 슬슬 자신만의 클럽을 준비해 보기를 권하셨다. 


며칠 동안 나의 남자친구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게 맞는 클럽이 뭐가 있을까... 

내 나이나 체구 등을 고려하며 이것저것 알아보고 하느라 분주했다. 

그리고 짜잔~ 드디어 나도 나만의 클럽이 생기고 말았다!

아직 내 클럽백이 없던 시절, 살포시 핑크빛 얼굴을 하고 있는 게 내 클럽들이다


무려 제주도 테디베어 박물관에서 공수한 클럽 커버들

음... '자기만의 클럽이 생긴다는 건 어쩌면 책임감, 의무감 그런 것이 생기는 것인가?...'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것 따위 몰랐다.

그저 너무너무 행복해하기에도 모자랐기 때문이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 수영복을 고르던 마음과는 차원이 다른 거였다. 

물론 거기엔 가격(!)이 주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말로 애써 설명할 수 없는 희열이 있었다. 

소중한 보물단지를 하나 얻은 느낌? 

이제 남은 건 직진뿐. 난 골프를 열심히 배울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만 것이다.

그 행복감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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