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스크린 골프 게임을 시작하다!
골프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전부터 남동생과 남자친구(현 남편)가 가끔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가면 나도 종종 따라가 구경을 했다. 그 두 사람 역시 당시 초보 골퍼여서 실수도 많았고 잘 안 되는 날이 태반이었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자세만큼은 진심이었다.
그 둘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스크린 골프를 치는 걸 보는 게 왜 그리 재미있던지... 아마 거기에 나도 끼고 싶은 마음이 골프를 배우게 된 이유의 8할쯤 됐을지도 모른다.
그러던 내가 드디어 골프를 배우게 된 거다!
뻣뻣한 몸에 갈비뼈에 금까지 간 덕분에 남들보다 두세 배는 느리게 배우고 있었지만, 그게 나에겐 그리 큰 타격이 되지 못했다. 그만큼 나는 골프를 좋아하고 있었던 것이다.
7번 아이언 연습과 더불어 드라이버를 막 배우기 시작할 때쯤이었다.
남자친구가 함께 스크린 골프 게임을 하자고 제안을 했다.
드디어 나도 그 무리에 끼게 되었단 말이다.
"누나, 누나도 7번 아이언으로 70m, 80m 칠 수 있어! 도전해 봐, 힘을 내!"
동생이 나에게 했던 이 말이 당시 나에겐 아주 든든한 격려였다.
그즈음 나의 목표는 7번 아이언 70m, 드라이버 100m였다.
정말 거창한 목표였다.
고등학교 시절, 체력장 연습 때 그렇게나 멀게 느껴지던 100m를 내가 드라이버로 공을 쳐서 보낸다고?
나에게 100m는 꿈의 거리였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도 없는 그 거리를 내가 감히 욕심내도 되는 걸까?
뭐 그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진심으로!
아무튼 이왕 이렇게 된 것, 씩씩하게 도전해 보겠다는 용기를 갖고 나는 위풍당당하게 스크린 골프 게임장으로 들어섰다.
그 당시 나의 스코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의 첫 스크린 골프 도전기는 대만족이었다.
저 스코어를 보라! 양파를 안 한 홀도 꽤 있었단 말이다.
18홀 모두 양파를 하면 스코어가 144개인데 무려 134라니... 나는 정말 정말 만족했다.
어쩌다 양파를 면했을 때의 그 희열감은 어떻게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남동생과 남자친구는 어쩌다 더블 보기, 트리플 보기를 할 때면 열을 받곤 했지만, 나는 달랐다.
더블 보기?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너무 기뻐서 폴짝폴짝 뛸 지경이었다.
그간 일에 치여 나만의 취미랄 것도 없고, 그다지 흥이 날 만한 일도 없던 내게 스크린 골프 게임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이렇게 재미있는 놀이를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알게 되다니...
이날을 계기로 나는 스크린 골프 재미에 푹 빠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