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대를 두르고라도 골프는 배워야겠다!
갈비뼈에 금이 갔다는 글을 올리고 나니 '최경열' 작가님께서 댓글로 말씀해 주셨다.
힘을 빼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다. 나는 힘을 뺄 줄 몰랐던 거다.
오십의 나이에 몸이 유연할 리는 천부당만부당. 그렇잖아도 유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몸에다가 힘까지 꽉 들어간 채로 클럽을 들고 몸통을 돌리려니, 그게 어디 생각대로 되는가...
그러다 보니 배운 지 한 달 만에 갈비뼈에 금이 두 개나 가게 된 거다.
레슨 프로 선생님도 내게 레슨을 할 때마다 항상 이야기하곤 했다.
"회원님, 힘 빼셔야 합니다.", "제발 힘 좀 빼세요."
그런데, 그 당시 나는 그 말이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힘을 어떻게! 왜! 빼야 한단 말인가?
힘을 빼면 클럽이 손에서 빠질 것만 같았다.
손에서 클럽이 다른 데로 날아가 버리면 어쩌나?
다른 사람이 내 클럽에 맞아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나?
글럽이 날아가면 공은 어떻게 맞추나?
그 걱정에 나는 정말이지 한동안 몸에서 힘을 뺀다는 것이 무얼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 그럼 힘은 얼마나 빼야 하나요?"
대답은 명확했다. '적. 당. 하. 게!'
그 적당한 수준을 알지 못해 나는 오랫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나저나 갈비뼈에 금이 가서 며칠은 좀 쉬었는데, 몸이 다시 근질근질했다.
골프가 너무 배우고 싶었던 거다.
골프는 내게 정말, 아주 이상한 스포츠다.
스포츠란 무릇, '관람'을 하는 게 제대로 즐기는 것이라는 논리로 그동안 나는 스포츠 배우기를 멀리해 왔다.
너무 못하니까!
수영, 탁구, 헬스, 등산... 나름 도전을 해보긴 했지만 영 흥미가 나지 않았다.
왜? 너무 못하니까!
그런데 골프란 녀석은 정말 이상했다.
내 평생, 내가 자발적으로 돈을 내고, 이렇게 꾸준히 오래 즐긴 스포츠는, 단언컨대 결코 없다.
골프 역시 다른 스포츠와 다르지 않게, 정말이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남들보다 진도도 너무 느렸고, 멋진 폼도 나오질 않았다.
그런데도 재미가 느껴지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아무튼, 나는 갈비뼈에 금이 갔음에도 불구하고 연습장에 나갔다.
병원에서 준 복대를 단단히 두르고, 살살, 가볍게 휘둘러 보기로 한 것이다.
이상하게도 골프 연습을 할 때엔 통증이 별로 없었다.
할 만했다. 아니, 재미있었다.
그토록 못하면서도 왜 재미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나는 복대까지 해가며 골프 연습을 했고,
두 달 만에 낫는다던 갈비뼈는 그 후 한참을 지나 거의 8개월이 걸려서야 완치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미련한 일이었는지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